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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음반 30선

   내가 좋아하는 음반을 꼭 30개만 고르라기는 좀 무리겠지만,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볼 생각이다. 물론 현 상태의 반영에 불과하기 때문에 영구적이지는 못하겠지만 ^^. 혹시 이 글을 보실 분께서는 '경이적인 음반 10선'도 봐 주시기 바란다. 겹치는 음반도 간혹 있겠지만, 듣기에 경이적이라고 꼭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경이적인 음반과는 달리 작곡가 순으로 배열했고, 연주가 한 명당 될 수 있는 대로 한 개씩 골랐다. 물론, 독자께서는 내 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함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쓰고 보니 성음 LP 시대부터 들어 왔던 녹음들이 상당히 많은데, '처음에 들은 음반'의 함정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1. 바흐; 오르간 작품 전곡
       발햐(Archiv)
         녹음 ; 1956,62,69~71년, 네덜란드 알크마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발햐는 모노랄 시대에 북독일 카펠(Cappel)의 오르간에서 레코드 사상 처음으로 바흐의 오르간 작품 전집을 완성했다. 이 모노랄 녹음은 최근에 Original Masters 시리즈로 나오기 전에는 일본 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구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의 스테레오 전집은 염가 콜렉터즈 에디션으로 쉽게 볼 수 있다. 리듬은 엄격하기 이를 데 없고, 표현은 소박하고 지극히 절제되어 있다. 1956년과 62년의 알크마르 오르간 녹음이 이런 인상이 더 강하고, 69~71년의 스트라스부르 녹음들은 오르간이 달라서인지 미묘한 표현의 변화가 재미있다.
   요즘의 많은 녹음에 비하면 '늙은 영감의 고집'이라고 불릴 만도 한데, 분위기가 약간 경직되어 있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베토벤과 함께 인간 승리의 대표적인 음악가로 꼽힐 만한 발햐의 의지에는 저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눈이 멀쩡한 보통 사람이라도, 바흐의 오르간과 쳄발로 음악 전부를 암기할 생각만 해도 앞이 깜깜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습관을 하나 덧붙이자면, 이 음반을 약 12년 전에 산 이후 새해가 되면 처음 듣는 음악은 늘 이 음반의 트리오 소나타 1번(또는 리히터의 트리오 소나타 5번)이 되었다.
   

      2. 바흐; 마태 수난곡, BWV.244
       리히터 / 뮌헨 바흐 관현악단과 합창단(Archiv)
         녹음 ; 1958년 6월, 뮌헨 헤르쿨레스잘

   칼 리히터는 쳄발로, 오르간, 지휘 세 면에서 20세기 중반 바흐의 최고 권위자라는 평을 들었다. 그가 뮌헨 바흐 관현악단을 지휘한 수많은 레코드는 지금은 원전 연주가 발전하면서 약간 낡은 면이 없지 않지만, 그 중에 아직도 필수 수집 품목으로 살아남은 음반이 '마태 수난곡' 구반이다.
   이 녹음은 그의 첫 Archiv 녹음이자, 이 곡의 완전 전곡의 첫 스튜디오 겸 스테레오 레코딩이라고 한다. 리히터의 지휘는 한 마디로 엄격하며 투철하다. 그 뒤로 수많은 정격 연주의 음반이 쏟아져 나왔지만, 강렬한 표현 의지와 훌륭한 합창 등 모든 것이 곡의 내용을 설명하는 한 목적으로 집중된 이런 강력한 연주는 드물다.
   

      3. 바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현악기/타악기/첼레스타를 위한 음악
       라이너 / 시카고 심포니 (RCA)
         녹음 ; 1955(현악기~ ), 1958년(협주곡), 시카고 심포니 홀

   프리츠 라이너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꽤 많다. 그저 밀어붙이기만 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의견과, 나름대로 개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를 싫어한다고 해도, 이 두 곡에서는 그의 접근 스타일이 잘 통한다는 데 별 이의가 없었다. 무엇에도 흔들림이 없는 발걸음과 강한 힘. 별로 움직임이 없었다던 그의 지휘 아래에 뭉쳐진 시카고 심포니의 역량은 훌륭하다. '꾸준히 전진하는 코뿔소'로 묘사하고 싶은데, 방향만 제대로 찾으면 위력이 대단하다. 시카고 심포니가 이런 역량을 가진 지가 거의 반세기가 다 됐음을 알려 주는 훌륭한 음반이다. 인 템포의 엄격한 스타일이면서도 음악이 상당히 다르게 들리는 음반으로
조지 셀 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Sony)와 비교해 보시기 권한다.
   

      4. 베토벤; 교향곡 제 9번 d단조 op.125, '합창'
       푸르트뱅글러 / 바이로이트 축제 관현악단과 합창단(EMI)
         녹음 ; 1951년 7월 29,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라이브)

   (설명은 'EMI'에 걸린 링크 봐 주십시오)
   

      5. 베토벤; 피아노 3중주곡 제 7번 B♭장조 op.97, '대공'
       오보린(p), D.오이스트라흐(vn), 크누셰비츠키(EMI)
         녹음 ; 1958년 5월, 런던 애비 로드 1번 스튜디오

   (왼쪽 그림은 일본 발매 LP의 자켓입니다. 리뷰는 왼편 그림에 링크 걸었습니다.)
   

      6. 베토벤; 현악 4중주곡 전집
       부다페스트 4중주단(Sony)
         녹음 ; 1958~61, 뉴욕 30번가 스튜디오

   이 4중주단의 비올라 주자인 보리스 크로이트(Boris Kroyt)는 "베토벤은 우리에게 (매일 먹는) 버터 바른 빵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들은 베토벤 전곡 녹음만 해도 30년대~40년대 중반의 78회전 시대(5번만 미완성), 50년대 초반의 모노랄에 이어 세 번이나 달성했는데, 4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와 녹음한 곡들의 Sony Heritage 발매도 기백과 꽉 짜인 긴장감이 돋보이며, 복각도 매우 훌륭해 40년대임을 믿기 힘들 정도로 음질이 대단히 좋다.
   하지만 이 스테레오 녹음은 각별하다. 녹음 당시 이들의 나이는 50~63세였는데, 여전히 힘과 구성력을 잃지 않았으며 잘 흘러가는 유연함까지 얻었다. 악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그대로 구현한 듯한 강렬한 인상이다. 16번 2악장의 예리한 유머 감각은 정말 특필할 만 하며, 대단한 난곡인 대 푸가를 강인하면서 선명하게 들려 준 연주는 탄복할 만 하다. 스테레오의 더 나은 음질은 이들의 노성(老成)한 연주에 대한 보너스다.
   

      7.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집(27곡)
       길렐스(p)(DG)
         녹음 ; 1972~85년, 베를린, 헬싱키 기타

   동년배인 리히테르와는 달리, 길렐스는 '자신의 음색이 있다'는 면에서 19세기~20세기 초에 태어난 거장들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원래 서방에서는 데뷔 이후 EMI와 작업하던 길렐스가 70년대 들어서는 72년의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녹음을 마지막으로 70년 이후 거의 DG 전속으로 일했는데, 그가 불의의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아마 빠진 5곡(1,9,22,24,32번)도 곧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가 전곡을 완성시켰더라면 의심할 여지 없이 최상의 베토벤 소나타 전집으로 추천했을 텐데, 정말로 아깝다. 박하우스의 스테레오 전집(Decca)의 문제인 일부 곡의 기술적인 하자도 없으며, 강인해야 할 때는 당당하고 섬세해야 할 때는 또 한없이 정교하며 섬세하다. 길렐스가 소위 '강철의 피아니스트'만이 아니었음을 이보다 더 잘 보여 주는 음반은 없다. 낱장으로 비싸게 팔리다가 리매스터링을 거친 후 값이 오히려 버짓으로 내려갔다. 경제적으로도 만세다.
   

      8.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B♭장조 op.83
       박하우스(p) / / 빈 필하모닉 (Decca)
         녹음 ; 1967414~18, 빈 소피엔잘

   이 음반은 누차에 걸쳐 내 박하우스 페이지에서 소개했을 뿐 아니라, 이 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발매 방식으로든 한 번은 들어 보았을 연주다. 기교 면에서 슈리히트와 협연한 모노랄(역시 Decca, 근래는 Philips의 피아니스트 시리즈로 구할 수 있다)만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대범하면서 부드럽고 무르익은 감정을 일으키는 원숙함에서는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점에서는 구반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좋건 싫건 이 곡은 꽤 음반을 많이 들어 봤는데, 그 중에는 리히테르(EMI 음반 리뷰, RCA 음반 설명)나 길렐스(DG) 등 대단하다고 경탄하게 만든 음반도 있었으나, 이 곡에서 이 음반만큼 나를 감동하게 만든 음반은 여태까지 없었다. 다른 음반을 들을수록 이 음반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확인시켜 준다고나 할까. 성음 LP로 처음 들은 이후, 약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감동은 변함이 없다.
   박하우스 에디션의 2장 세트로 나왔었는데, 폐반된 후 모차르트 27번과 붙어 Classic sound series와 Legend로 두 번 나왔을 정도로 인기 품목이다. 같은 뵘/빈 필의 배경인 모차르트도 첫째 아니면 둘째로 꼽힐 연주다.
   

      9. 브람스; 피아노 4중주곡 1번 g단조, op.25
       길렐스(p), 아마데우스 4중주단 멤버(DG)
         녹음 ; 197012, 뮌헨 바이에른 라디오 스튜디오

   이 훌륭하면서 매력 만점인 곡이 왜 이리도 안 알려졌는지 궁금하다. 실내악을 조금이라도 듣는다는 분이라면 절대로 놓치지 마시라고 권한다.
   이 곡의 음반이라면 전 3곡을 모두 담은 레코드까지 포함하더라도,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이 길렐스 팀의 녹음을 꼽는다. 라이선스 LP 시대에는 웬일인지 금방 폐반됐는데, CD 오리지날스 시리즈로 재발매된 것은 당연히 받아야 할 대접을 받은 데 불과하다. 젊은 브람스의 활기, 브람스다운 중후함, 힘과 큰 스케일, 아름다운 서정 등 모두가 공존하면서도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었다. 길렐스의 정력적인 연주는 물론이고, 내 생각으로 모차르트보다 브람스를 더 잘 연주하는 아마데우스 팀의 감정 넘치는 연주도 일품이다.
   평론가 레슬리 거버(Leslie Gerber)는 "속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완전함'이다."라 말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 음반은 '완전함에 매우 가깝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0.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곡 b단조, op.115
       라이스터(cl), 아마데우스 4중주단(DG)
         녹음 ; 19673, 베를린 UFA 스튜디오

   브람스의 실내악 중 곡 자체만으로도 1급이며 인기도로는 현 6중주 1번, 피아노 5중주곡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이 명곡의 음반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섭섭하다.
   켈/부시 4중주단(HMV), 블라흐/빈 콘체르트하우스 4중주단(Westminster)등 역사적인 녹음들도 있지만, 더 음질이 좋고 연주도 훌륭한 라이스터와 아마데우스 팀의 녹음을 우선하고 싶다. 결코 늘어지지 않고 활력이 충분하며, 특히 리듬감이 훌륭하다. 무엇보다도, 2악장 중간부의 클라리넷 독주 부분에서 라이스터는 기막힌 감각을 보여 준다. 전체적으로 생기 넘치는 연주로, 만년의 브람스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우수와 고독으로만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11. 브람스; 피아노 소품집 op.116~119
       켐프(p) (DG)
         녹음 ; 196312, 하노버 베토벤잘

   켐프가 협주곡 같은 대곡(大曲)을 잘 못 연주한다고 말할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나는 켐프는 이런 소품의 연주에서 특히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켐프의 독일 작곡가들의 스테레오 레코딩은 상당한 숫자를 들었는데, 단 하나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 브람스 소품집을 꼽고 싶다.
   평론가 에른스트 뉴먼(Ernst Newman)은 브람스의 이 소품들의 구조에 대해 말하면서 "이 작품들은 젊은
사람들이 연주하기 어렵다. 그들은 이 작품들을 좋아는 하지만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켐프는 이 음반을 녹음할 때 68세였는데, 뉴먼의 말이 맞다는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가 브람스를 이해한 깊이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켐프 특유의 단단한 f와 귀가 시릴 정도로 맑은 pp. 너무 투명하여 바로 악보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이면서, 섬세하여 거의 깨질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음악.
   박하우스, 기제킹, 길렐스 등 명성이 대등한 명수들의 녹음이 있지만, op.116~119 전체로 볼 때 이 음반을 능가할 레코드는 내가 들어 본 중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리매스터링이 안 된 갤러리아 음반만 있는데, 마땅히 오리지날스 시리즈에 끼일 자격이 있다.
   

      12. 쇼팽; 스케르초와 발라드
       루빈슈타인(p) (RCA)
         녹음 ; 19593, 뉴욕 맨해튼 센터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의 만년 스테레오 녹음들은, 이 피아니스트가 얼마나 경험을 풍부하게 쌓아 왔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왈츠의 풍부하고 단려한 해석은 정말로 타의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더 젊은 프랑스와나 아르헤리치 등이 격렬하게 연주하는 스케르초와 발라드에서도 이런 해석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스케르초의 여유 만만한 광활함과 큰 스케일, 꾸밈 없는 태도와 세련미가 공존하는 발라드의 아름다운 해석은 몸에 맞는 소파에 편안히 몸을 맡겼을 때의 느낌이다. 그의 빌로드 같은 부드러운 듣기 좋은 피아노 음향도 일조하고 있다.
   

      13. 쇼팽; 연습곡집
       아시케나지(p) (Decca)
         녹음 ; 1972

   아시케나지의 가장 큰 장점은 개성적인 음색과 뛰어난 균형 감각이며, 특히 쇼팽은 그의 찬란한 음색이 잘 어울린다.
   아마 왜 폴리니의 음반(DG)을 들지 않았을까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 나는 폴리니를 싫어한다. 한 마디로 이유를 요약하자면 '그 훌륭한 기교로 그 정도 소리밖에 내지 못하나'다. 피아노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연주가에 따라 얼마든지 소리가 달라질 수 있는데, 폴리니는 그 완벽한 기교에도 불구하고 무신경하다고 할 만큼 음색에 개성이 없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반면
코르토(EMI)는 그 찬란한 음색이 이 곡의 연주 중 단연 1급이지만 기술에 하자가 많고 녹음이 낡았기 때문에 첫째로 추천하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아시케나지의 연주는 녹음과 음색, 그리고 정확한 기교의 세 면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14. 드뷔시; 영상/어린이 차지
       베네데티 미켈란젤리(p) (DG)
         녹음 ; 1971년, 뮌헨 헤르쿨레스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는 레파토리가 넓지 못하다는 큰 약점이 있으면서도 항상 거장의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연주하는 곡들이 다 너무나 치밀하게 다듬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끔 그가 연주하는 음악은 더 이상 어디까지 다듬을 수 있을까 의문이 날 지경이다.
   그의 레파토리 중 드뷔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가 DG에서 정식으로 녹음한 첫 음반인 이 영상과 어린이 차지는 그가 극한까지 연마한 풍부한 피아노의 음색을 선명하게 들려 준다. 해석도 그의 개성이 투철하지만, 그 점을 떠나서 단지 피아노의 음색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
   

      15.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푸르니에(vc) / / 베를린 필하모닉 (DG)
         녹음 ; 19626월,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

   피에르 푸르니에는 20세기에 활약한 빛나는 프랑스 파의 첼리스트들 중 맏형이자, 내가 들어 본 예술가들 중에는 우아함을 거의 이상적으로 승화시킨 면에서 독보적이라 평하고 싶다.
   이 음반은
카잘스(셀 지휘), 로스트로포비치(카라얀 지휘)의 뛰어난 음반과 비교해서 듣더라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셀의 철저히 정돈된 지휘봉에 금방 순응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향은 훌륭하며, 오케스트라와 첼로의 호흡이 일치했다는 점에서는 위 두 음반보다 단연 훌륭하다. 첼로의 부드럽고 따스한 감정 표현은 이 음반의 또 다른 매력이다. 내가 들은 고전음악 음반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추천 1순위로 삼을 정도로 만인 취향의 연주다.
   

      16.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 op.85
       뒤 프레(vc) / 바비롤리 / 런던 심포니 (EMI)
         녹음 ; 1965

   뒤 프레가 로스트로포비치나 푸르니에도 감탄했던 뛰어난 첼리스트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냐는 자신 있게 말을 못 하겠다. 그녀의 인기가 아주 오래 가는 데는 물론 EMI의 적극적인 뒷받침과 끊임없는 음반 재발매에도 원인이 있지만, 아무래도 병으로 요절했다는 후광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어찌 됐거나, 뒤 프레가 20세가 되기도 전에 녹음한 이 음반은 그녀의 젊은 감수성과 정열, 음악을 깔끔하게 다듬는 능력이 응집된 훌륭한 작품이다. 확실히 카잘스의 원숙한 시기의 녹음(EMI)보다 더 뛰어나며, 뒤 프레의 천재성을 후대로 전하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17.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스턴(vc) / 오먼디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Sony)
         녹음 ; 19583, 필라델피아

   이 협주곡의 성향이 '다소 달콤함'을 인정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베토벤, 브람스, 시벨리우스 또는 바르토크의 당당함, 차이코프스키의 약간 애조 띤 어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이 염가반만큼 훌륭한 선택도 별로 없다. 초기 스테레오지만 별로 낡지 않은 음향에다 당시 38세였던 스턴의 연주가 '정말로 스마트하기' 때문이다. 이 곡의 감미로운 특색을 충분히 발휘했으며, 그것이 과도하지 않고 활기와 약동감이 충분하다. 감미로움이 지나쳐서 생길 수 있는 진부함은 전혀 없으며, 약 30분에 가까운 동안 내내 기분이 살아 움직인다. 연주 자체로는 '약간 더 잘 빠진' 오이스트라흐의 음반(Sony)도 매우 매력적이지만 녹음이 모노랄이고 지금은 구하기 힘들 것이다. 이 음반은 구하기 쉽고, 같이 붙은
제르킨의 협주곡 2곡도 훌륭하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한다.
   

      18.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24번
       하스킬(vc) / 마르케비치 / 라무뢰 오케스트라(Philips)
         녹음 ; 1960년, 파리

   클라라 하스킬은 20세기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중 특히 돋보인다. 이 유명한 20/24번 음반은 그녀가 죽던 해의 녹음인데, 스테레오의 좋은 음질까지 겯들여서 그녀의 대표반으로 꼽혀 오던 것이다.
   이 두 단조 협주곡의 당당한 힘이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밸런스 측면에서 보면 바렌보임(피아노와 지휘)과 잉글리시 체임버(EMI)가 가장 합당한 선택일 것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음반'으로는 이 하스킬 연주를 꼽고 싶다. 잘 들어 보면 피아노는 굉장히 섬세한데, 오케스트라는 지나칠이만큼 강렬하다. 분명히 두 사람의 경향에 차이가 있는데, 연주를 듣고 있으면 서로 상대방의 모자란 점을 보충해 주지 서로 맞부딪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묘하다. 아뭏든 한 번은 들어보시도록 권한다.
   

      19.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집
       그뤼미오(vc) / 데이비스 / 런던 심포니 (Philips)
         녹음 ; 1961년, 런던

   78회전 음반 시대의 자크 티보(Jacques Thibaud)가 모차르트로 명성을 얻은 이래, 독일-러시아계보다 라틴계, 주로 프랑스-벨기에 계열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모차르트로는 더 어울린다는 평을 들어 왔다. 그뤼미오도 마찬가지다.
   그는 모차르트의 협주곡 전곡을 모노랄과 스테레오로 두 번 녹음했다고 한다. 구반은 일본 밖에서는 극히 구하기 힘들었고(최근에야 Original Masters 시리즈로 발매되었다), 신반은 여러 번 재발매되었다. 나는 스턴과 셀의 녹음(Sony)으로 3,5번을 처음 접했는데, 뒤에 성음 LP로 이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신선하게 들렸었다. 모차르트에 그뤼미오가 안성 마춤이라고들 말하는 이유가 족히 이해가 갔다. 정말로 상쾌하고 젊은 모차르트의 해석이다.
   

      20.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E.클라이버 / 빈 필하모닉과 빈 국립 오페라 합창단 (Decca)
         녹음 ; 19556월, 빈 레두텐잘

   지금은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아버지라고 에리히를 소개해야 설명을 줄일 수 있겠지만, 음악적인 역량을 볼 때 카를로스는 에리히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우리 나라에서 에리히의 가장 유명한 음반은 바로 '피가로'가 틀림없다.
   이 음반은 서곡부터 분위기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충분히 활기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들뜨지 않는 음악. 모차르트의 이 희극은 보마르셰의 원작보다 심각함이 다소 줄었다고 해도 단지 즐거운 해프닝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너무 가볍게 날리면 어색한데, 에리히는 이 점을 명확하게 잘 잡았다. 그리고 빈 필의 부드러운 음향은 매우 즐겁다. 가수진은 주역 개개인은 다소 약점이 있지만 - 좀 지나치게 목소리가 굵어 피가로보다는 돈 조반니에 어울리는 느낌인 시에피, 목소리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약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종종 드는 델라-카자 등이 대표적이다 - 전체의 앙상블 면에서는 매우 훌륭하다. 빈 국립 오페라의 단골 멤버들로 오래 호흡을 맞춘 탓일 것이다.
   다른 음반들을 들어보았지만, 내가 '피가로'를 생각할 때면 머리 속에서는 늘 이 음반의 템포로 음악이 진행됨을 깨닫는다.
   

      21. 라벨; 피아노 음악 전집
       R.카자드쥐 (Sony)
         녹음 ; 1951123~7, 뉴욕 30번가 스튜디오

   로베르 카자드쥐는 라벨과 친교가 있었으며, 라벨은 그를 좋아했었다고 전한다.
   이 음반은 한 마디로 고전적이다. 드뷔시보다 라벨이 고전적인 형식과 균형미 쪽으로 더 치우쳐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프랑스인으로는 고전파 작품의 연주에 매우 뛰어났던 카자드쥐가 드뷔시보다는 라벨에 더 어울렸음은 당연하지 않나 싶다. 카자드쥐의 맑고 거침없는 연주는 고전주의자 라벨의 면모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쿠프랭의 무덤'이나 '소나티네'가 훌륭하며, 기교가 매우 까다로운 '거울'이나 '밤의 가스파르'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
   

      22. 레스피기; '로마' 3부작
       토스카니니 / NBC 심포니 (RCA)
         녹음 ; 1949,51,53년, 뉴욕 카네기 홀

   토스카니니의 엄격한 성질은 화제도 많이 남겼는데, 이 녹음에서도 녹음 후 플레이백(playback)을 듣고 있을 때 "소리가 충분히 크지 않다"고 기술진에게 말했다. 기술진이 "기기 한도상 더 이상 음량을 증가시킬 수 없다"고 하자, 그는 "상관없어! 기기를 부숴버려!"라 소리질렀다고 한다.
   토스카니니는 이 작품들이 작곡되자마자 바로 레파토리에 넣었으며, '로마의 축제'는 뉴욕 필하모닉과 초연까지 했다. 그의 만년 녹음이라 음질도 비교적 좋은 편이며, 세 작품 모두 당당함과 강인한 박력으로 일관했다. 특히 '축제'의 장렬함은 감상자를 압도해 버린다.
   

      23. D.스카를라티; 소나타집
       호로비츠(p) (Sony)
         녹음 ; 1962,66,68년, 뉴욕

   미국의 어느 평론가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에 대해 "악기에 대한 이해와 기술이 음악성과 비례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런 혹평에 얼마나 동의하는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자.
   하지만, 나는 아무리 그라도 해도 호로비츠의 스카를라티 소나타집은 싫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음반은 정말 호로비츠의 장점만 고스란히 다 모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스카를라티에 대해 '작은 규모의 예술(kleinekunst)의 대가'라고 말했다는데, 그의 연주가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의 화려함에 제한되지 않는 거장성을 갖추고 있었음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음반이다. 이 작은 작품들이 대곡에 못지 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말 살아 숨쉬는 음악이고, 피아노의 다채로운 음색 변화의 스펙트럼을 찬란하게 보여 주고 있다.
   

      24. 슈베르트; 즉흥곡집
       피셔(p) (EMI)
         녹음 ; 1938년 3월 7,8일,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

   거장 에트빈 피셔의 녹음 중 이것은 최고급이다. 이 음반에 든 음악은 내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정서가 넘치지만 동시에 충분히 드라마가 흘러간다. 적절한 템포 및 완급의 조절 뿐 아니라, 피셔의 큰 개성인 음색의 아름다움도 기막히다. 여덟 곡이 모두 정말로 개성적이지만, 특히 D.935-1의 흐름과 음색은 환상적이라 할 만치 훌륭하다. 슈나벨, 빌헬름 켐프나 클리포드 커즌까지 넣더라도 아직은 이것에 당적할 전 8곡의 녹음은 없다.
   웬일인지, EMI 본사에서는 이 녹음 대신 슈나벨의 녹음을 레페랑스 시리즈로 발매했기 때문에 이 녹음은 APR, Pearl, Testament 등 복각 전문 회사들에서만 내놓았다. APR보다는 Pearl 쪽이 음색이 더 선명한데(단, 표면 잡음은 더 많다!), Testament의 복각이 어떤지 궁금하다.
   

      25.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호터(B), 무어(p) (EMI)
         녹음 ; 1954528~30, 런던 애비 로드 3번 스튜디오

   한스 호터의 '겨울 여행'과 '백조의 노래'는 무대에서나 녹음으로나 정평이 나 있었다. 이 두 가곡집은 1954년 5월 24~30일에 녹음했는데, '겨울 여행'은 EMI가 레페랑스 시리즈로 CD 시대의 아주 초기에 발매했음에 비해(최근 Great Recordings series로 다시 나왔다) '백조의 노래'는 10년 이상 지난 후에야 발매되었다.
   나는 이 두 녹음 중 후자를 더 좋아한다. 이 음반은 일제 Seraphim 시리즈로 발매된 LP로 처음 들었는데, 첫 곡 '사랑의 사자'를 들었을 때 호터 전성기의 표현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사랑의 사자', '그대의 초상', '어부 아가씨'등 베이스에 잘 맞지 않아 보이는 곡도 거의 어색함이 없으며, '아틀라스'나 '나의 그림자'에서는 극적인 스케일 큰 해석이 압권이다.
   

      26. 슈만; 교향적 연습곡, op.13
       리히테르(p) (Melodiya)
         녹음 ; 1971년 5월, 잘츠부르크 클레스하임 성(城)

   (왼쪽 그림은 일본 JVC 발매 음반입니다. 짧은 리뷰는 왼편 그림의 링크를 봐 주십시오)
   

      27. 스메타나; 교향시 '나의 조국'
       쿠벨릭 / 보스턴 심포니 (DG)
         녹음 ; 19713월, 보스턴 심포니 홀

   사실 이 6곡 전부를 좋아하게 된지는 그리 오래지 않다. 성음 LP 시대에 이 녹음을 더블 음반으로 산 뒤(덜렁 이 6곡만 들어서, 사고 나서는 정말로 짧은 수록 시간에 욕부터 했다고 기억한다. ^^) 1~3곡은 금방 친숙해졌지만, 4~6번은 처음 들었을 때 금방 정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한참을 묻어 놓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이렇게 괜찮은 곡도, 듣는 사람이 준비가 없으면 재미없을 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 때문이다. 얼마 전 노이만 지휘 체코 필하모닉의 CD(Supraphon)를 구하고 나서 몇 번 들은 뒤에야 나머지 3곡도 귀에 들어왔으니까. 노이만부터 '제대로' 듣기 시작했지만, 두 녹음을 굳이 비교하자면 그래도 쿠벨릭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의 진지함이 맘에 들기 때문이다.
   

      28. R.슈트라우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베를린 필하모닉 (DG)
         녹음 ; 19584월,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

   내가 칼 뵘의 지휘를 처음 접한 음반은 베를린 필의 모차르트 교향곡 40/41번이다. 그 이후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바그너 등을 많이 들을 수 있었으나, 아무래도 R.슈트라우스의 작품들이 내게는 더 끌린다. 이 '차라투스트라'는 원반 LP로 처음 들었는데, 소박한 음색과 정직하고 강인한 해석으로 작품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성공한 연주이다. 카라얀의 화려한 음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참고로, 이 음반은 DG 레이블로 발매된 최초의 스테레오 녹음이며(Archiv 레이블로는 발햐의 1956년 '푸가의 기법'이 최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이 음반이 사용됐다고 알려져 왔으나 실제로는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닉(Decca)이라고 한다.
   

      29.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세라핀 /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EMI)
         녹음 ; 19556월, 밀라노 라 스칼라

   마리아 칼라스와 세라핀의 콤비는 녹음이 많지만, 디 스테파노와 고비까지 트리오로 공연한 음반은 캐스트 면에서는 정말 충실하다고 할 만 하다. 고비의 연기력과 디 스테파노의 미성은 정말 매력적이니까.
   내 안사람이 이 음반을 틀어 놓았더니 한 얘기를 올리고 싶다. '칼씨의 질다는 배신했다가는 총 맞을 것 같은 느낌이야' ^^ 맞다. 실제로 국내 모 평론가는 이 때문에 이 음반을 싫어한다고 적은 글을 썼다. 청순한 질다 역에 이런 질다가 웬말이냐는 논리다. 하지만 나는 이 말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는 여자에게 청순한 이미지만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디 스테파노의 쫙 뻗는 미성은 정말 마음에 든다. 고비는 조금 슬픔과 분노를 너무 강조하는 감은 있지만, 극적인 노래는 훌륭하다. 무엇보다도, 전체를 정확하게 통제하고 꽉 조이는 세라핀의 지휘가 이 긴장감 있는 극에 아주 잘 어울린다.
   

      30. 베버; 오페라 '마탄의 포수'
       카일베르트 / 베를린 필하모닉 (EMI)
         녹음 ; 19584,9월, 베를린 그뤼네발트 교회

   나는 이 곡을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의 유명한 DG 음반으로 처음 들었고, 그 음반으로 이 곡에 익숙해졌다. 이 정도면 그 음반을 첫째로 추천하더라도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로 다음에 LP로 구입한 카일베르트 음반에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없다. 첫째, 클라이버 음반은 대사 부분을 가수가 직접 하지 않았다(이 시기의 DG 음반에서 이런 일이 있다). 난 사람이 바뀌는 데서 오는 위화감을 아주 싫어한다. 그리고 이 곡의 분위기 자체가 클라이버의 스타일보다 카일베르트의 스타일 쪽에 잘 맞기 때문이다. 어딘가 신비감이 감도는 중부 유럽. 그리고 적당히 중량감도 있는 지휘. 활기가 철철 넘치는 클라이버 쪽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 음반에 비하면 너무 팔팔 뛴다는 느낌이다. (반면 푸르트뱅글러 음반도 괜찮지만 너무 육중한 편이다)
   가수진에서는 그뤼머가 주목할 만 하다. 그녀는 바그너의 여러 역을 불렀지만, 정식 스튜디오 녹음으로 남은 것은 약간 성격이 강하지 않은 엘자 및 에바와 이 아가테 역이다. 다른 사람들도 일정 수준 이상은 다 되는데, 불행히 오토의 앤혠이 너무 촌스럽고 기교에 좀 문제가 있어서 탈이다. 오토는 커피 칸타타의 리스혠이나 마술 피리의 파파게나로서는 나쁘지 않은데, 밝고 경쾌하며 빛나는 조연인 앤혠 역은 다소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아뭏든, 내가 이 음반을 고른 결정적인 원인은 지휘다.
   

(c) 2003~ , 이영록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하시려면 우선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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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28th Feb. 2003
Last update ; 25th Ju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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