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Home Good performances Review lists Favorite 30 Toshiba's anthologies English

내가 들은 경이로운 음반들

Reconstructed from an article contributed at HiTEL Classical music forum(Sep. 1997)

   지금부터 쓰려는 글은, 그 동안 1000장 이상의 음반을 들어오던 도중에 내가 많이 놀랐던 음반들을 소개하는 목적이다. 연주가 중심으로 소개했다. 이런 글의 성격상 '중용을 지키는' 연주가보다는 '불 같은' 연주가나 기교성이 돋보이는 연주가의 음반이 꼽히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여기 올린 음반이 반드시 '명연'도 아님을 감안하고 읽어 주시기를 바란다. 다섯 연주가의 10개 음반을 골랐다.
   정말 내가 들어 있는 음악에 감탄한 음반이 뭔지 궁금하시다면 '
좋아하는 30개 음반'을 보시기 바란다.

        1. 야샤 하이페츠(Jascha Heifetz, 190187)

   이 인간은 누구 말마따나 "선천적으로 아주 빨리 가는 시계를 갖고 태어난" 듯하다. 물론 그의 연주가 그때까지의 바이올린 연주의 기준을 한 단계 높여 놓았으며, 그의 기술이 지금까지의 어느 바이올리니스트보다도 우월함도 사실이지만(감히 말하지만, 그만한 테크니션이 바이올린 계에서 다시 등장하기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라이벌(?)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kh, 1908∼74)가 보여주는 인간적이고 폭넓은 예술적인 감각이 주는 매력에는 하이페츠가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놀라운 음반'의 소개니만큼, 오이스트라흐가 아니라 하이페츠의 음반을 소개한다.

   
(1)
바이올린 소품집
   랄로; 스페인 교향곡, op.21
   
생상; 하바네라,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사라사테; 지고이네르바이젠
   쇼송; 시곡, op.25
   -
녹음; 19516
   - RCA-BMG 7709-2-RG

   물론 이 음반의 흥미의 초점은 '지고이네르바이젠'이다. 보통 거의 어느 연주를 (실황이건 음반이건) 듣더라도, 오케스트라의 템포가 바이올린보다는 넉넉하게 들리기 마련이다(그만큼 바이올린 파트는 어렵다). 이 음반은 완전히 그 반대이다. 11번 섹터에서는 질주하는 바이올린을 오케스트라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군데 군데에서 기타를 연상시키는 왼손 피치카토가 등장하는데, 이것을 빠르게 처리한 솜씨는 경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이 연주를 들으면 다른 연주가 답답하게 들릴 만치 시원스러운 명연주로 생각한다. 이 곡 외에는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가 강렬하고 전진적인 연주로 첫 손 꼽고 싶다. 하이페츠 전성기의 귀중한 기록이다.

   
(2)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라이너/시카고 심퍼니
   - 녹음; 1957
   - RCA-BMG

   연주 시간 29분 대의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녹음은 아마 하이페츠가 아니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뛰어난 연주자임을 입증하는 점은, 빠르게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이나 놀라운 기교의 수준이 아니고 이 빠른 템포 중에서도 '연주가로서 해야 할 일'을 확실히, 그것도 뛰어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것은 라이너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퍼니의 능력인데, 이 빠르게 질주하는 독주에 전혀 뒤처짐이 없이 잘 받쳐 준다. 협주곡에서도 템포를 독주자를 고려하여 양보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던 엄격한 라이너와 하이페츠가 문자 그대로 '죽이 잘 맞아' 벌이는 열띤 협연을 들을 수 있다.

   
      2.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Sviatoslav Richter, 191597)

   거의 독학으로 음악을 시작하여, 20세 넘어서야 뛰어난 교사 노이하우스의 손길로 다듬어져 연주가의 길을 밟은 거장이다. 40대 초반의 리히테르의 음악은 Melodiya의 녹음들로 들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들을 수 있는 50∼60대의 녹음들보다 억세며(그렇다고 5,60대의 녹음들이 힘이 떨어졌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너무나 그의 개성이 전면으로 돌출하여 처음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많은 개성적인 음반 중에 2개를 소개한다.

   
(1)
소피아 리사이틀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슈베르트; 음악의 순간 1, 즉흥곡 2,4
   쇼팽; 연습곡 3
   리스트; 잊혀진 왈츠 1,2, 초절기교 연습곡 5,11
   - 녹음; 19582, 소피아, 불가리아(live)
   - Philips 420 774-2

   이 음반은 리히테르가 젊었을 때의 연주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 격렬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한 '전람회의 그림'은 일품이다. 격한 강약의 대조가 돋보이는 '카타콤브', 압도적인 질주가 놀라운 '바바 야가'와 스케일이 큰 '키에프의 대문'은, 음질이 별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다른 녹음이 나오더라도 호로비츠의 1953년 실황녹음과 함께 이 녹음을 항상 거론하게 할 것이다. 리스트의 곡에서는 초절기교 연습곡 두 곡을 주목해야 하는데, '도깨비불'의 빠른 템포와 완벽한 기교, 약간 감상적인 '저녁의 조화'를 강인하게 다듬어 낸 솜씨는 탁월하다.
   낱장으로는 'Legendary Classics' 시리즈로 있었으나, 현재는 리히테르 기념 5장 세트 속에 들어 있다.

   
(2)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2B♭장조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3f단조 '열정'
   -
녹음 ; 19601017(브람스), 1129,30(베토벤)
   - RCA-BMG 07863-56518-2

   미국 데뷔 때의 리히테르의 강력한 음악의 표본이다. 브람스 협주곡 1악장 첫머리에서 박하우스의 평온한 대범함에 익숙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음반은 매우 충격적일 것이다. 거의 공격적일 정도로 육박해 오는 전진적인 리듬은 극히 인상적이며, 특히 전개부 끝 쪽의 하강하는 옥타브 ff에서는 얼마나 단숨에 밀어붙였는지 거의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베토벤의 '열정'도 매우 개성적이다. 전체적으로는 느리지만 강한 템포의 대비로 긴장이 넘치는 1악장이 인상깊고, 특히 격랑이 몰아치는 듯한 3악장은 이 녹음 아니면 들을 수 없다. 마지막 Presto에서는 더 이상 빠른 템포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보통 피아니스트들이 이런 템포를 취했다가는 손가락이 전혀 컨트롤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이다.

    
      3.
빌헬름 푸르트뱅글러(Wilhelm Furtwängler, 18861954)

   의심할 여지 없이 20세기 최고의 천재 지휘자며, 그가 살고 있던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장이다. 그를 거장으로 존경하도록 만드는 점은 연주의 놀라운 규모,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 및 활력, 동시에 한이 없어 보이는 깊은 정신력이다. 특히 템포의 절묘한 변동은 그의 전매 특허처럼 인식되어 있는데, 그의 으뜸가는 매력 중 하나로 손꼽힌다.

   
1)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b단조 op.74, '비창'
   
베를린 필하모닉
   - 녹음; 193810,11, 베를린
   - EMI

   이 녹음은 2차 대전 전의 그의 녹음 중 가장 뛰어난 것이다. 느리면서도 긴장감이 팽팽한 1악장이나 4악장 정점의 절규하는 호소도 극히 설득력이 크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3악장으로, 상당히 느리게 시작한 '빠른 행진곡'이 나중에 엄청난 '초고속 열차'로 바뀌는 과정은 청중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중간에는 일단 처음보다도 더 느려졌다가 코다 전의 동형진행 악구에서 가속이 붙어서 코다에서는 엄청나게 질주하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일반적으로 인기가 있는 므라빈스키의 60년 녹음(DG)보다 한 배 반 정도는 느리게 시작해서 더 빠른 속도로 끝나는 정도이니, 템포의 변동 하나는 정말 압권이다.
   EMI 본사에서 아직 낱장으로는 발매하지 않았으며(옛날에 나온 큰 전집 안에 들어가서 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Biddulph의 2장 세트 또는 Gramofono 2000 시리즈를 구할 수 있는데 물론 전자를 권한다.

   
2)
베토벤; 교향곡 9d단조 op.125 "합창"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코러스, 슈바르츠코프(S)
   - 녹음; 1951729, 바이로이트 축제극장(live)
   - EMI CDM 5 66901 2

   제 2차 대전 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이 다시 개막될 때의 역사적인 실황 녹음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연주라 새삼스럽게 여기서 손꼽기가 쑥스러울 지경이다. 엄청나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 1악장은 큼직한 흐름에 감탄하게 되며, 4악장 끝의 번개 같은 템포도 경이롭지만, 개인적으로는 3악장이 가장 인상이 깊다. 연주 시간 19분이 넘는 3악장은 푸르트뱅글러 아니면 생각하기 힘들다. 약간 머뭇거리는 듯한 어조로 시작하여 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금새 베토벤과 푸르트뱅글러의 세계로 끌려 들어간다. 이 느린 템포에서도 주제 전체가 완전히 파악되어 있으며, 그의 프레이징 솜씨가 얼마나 탁월한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3)
브람스; 교향곡 4e단조, op.98
   
베를린 필하모닉
   - 녹음; 19481024, 티타니아 궁전, 베를린(live)
   - EMI CHS 5 65513 2(3CD)

   이 녹음은 같은 작곡가의 교향곡 1번(역시 베를린 필하모닉, DG)과 함께 그의 브람스 녹음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것으로 손꼽아야 한다. 문자 그대로 레코드가 감상자를 모든 면에서 압도하는 명연주다. 1악장 코다의 격렬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3악장의 힘 넘치는 박력도 인상적이며, 4악장은 전체적으로 그 강력한 힘, 느린 중간부 후의 추진력은 대단하며, 특히 코다에서 보여 주는 압도적인 가속도가 이 음반을 잊을 수 없게 만든다. 음악이 듣는 사람의 머리 위에 그대로 쏟아져 내리는 느낌을 주는 연주이다. 각 부분의 선명한 대조로 인해 이 악장의 큰 구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음악 전체의 뛰어난 파악 능력이란 점에서도 경이적이다.

   
      4. 예프게니 므라빈스키(Evgeny Mravinsky, 190388)

   거의 사회주의 체제 국가에서만 지휘하여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더군다나 스테레오 시대에는 나이와 병약함 때문인지 스튜디오 레코딩을 기피했기 때문에, 음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모노랄이나 실황 녹음이 구할 수 있는 레코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조건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는 오케스트라의 통솔력과 조련 솜씨 및 뛰어난 음악성에서 토스카니니에 비견할 수 있으며, 하이든 및 모차르트에서 20세기 소련 작곡가 및 바르토크, 힌데미트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파토리에 개성 있는 해석을 보여 준 거장이다.

 
1)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f단조, op.36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 녹음; 19609, 웸블리 타운 홀, 런던
   - DG 419 745-2(2CD)

   이 음반은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의 1960년 서유럽 연주 여행 때 제작된 것으로, 조금 후인 11월에 5,6번이 빈에서 녹음되었으며 이 녹음도 물론 명연주이다. 하지만 이 중 가장 인상에 오래 남는 것은 역시 4번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절망적인 면을 건강하고 직선적으로 해석해도 음악이 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재미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 흐름의 처리가 훌륭하며, 오케스트라의 컨트롤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4악장은 한 치의 빈틈도 없고 전체를 일관하는 박력은 정말 압도적이다.
   덧붙인다면,이 때의 레닌그라드 필의 소리는 정말 개성적이었다. 관악기군은 당장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며, 금관악기의 울림은 정말 다른 오케스트라들과는 구별되는 특이한 음색이다.

 
2) 므라빈스키 라이브
   글링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무소르그스키; 모스크바강의 새벽(오페라 '호반시치나'중에서)
   
리야도프; 음시(音詩) '바바 야가'
   
글라주노프; 발레 '라이몬다' 3막 도입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시벨리우스; 투오넬라의 백조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
   바그너; '로엥그린' 3막 전주곡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 녹음; 19652, 모스크바 음악원 그랜드 홀(live)
   - Melodiya VIC-9544

   첫 곡인 '루슬란과 루드밀라'부터 말이 전혀 필요없다. 실황 공연에서 이런 '스트레이트'한 연주 방식을 취했다는 것은 완벽한 연습의 뒷받침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녹음이 다소 불만족스럽지만, 첫 곡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음반이다. '피가로'나 '목신의 오후'같은 음악에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지만, 글라주노프의 열띤 연주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며, 마지막 곡인 '로엥그린' 3막 전주곡은 '루슬란'처럼 죽죽 밀어붙였는데 정말 통쾌하다.

   
      5.
크리스티나 도이테콤(Christina Deutekom, 1931)

   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거의 밤의 여왕 역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음으로는 여기서 거론할 솔티 지휘 '마술 피리'가 물론 대표음반이지만, 람베르토 가르델리가 지휘한 일련의 베르디 초기 오페라집(Philips)에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1)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 피리'
   
로렝가르(파미나),버로우즈(타미노),프라이(파파게노),탈벨라(자라스트로)/솔티/빈 필하모닉과 빈 국립 오페라 코러스
   - 녹음; 19699,10, 소피엔잘,
   - Decca 414 568-2(3CD)

   도이테콤은 물론 이 음반에서 밤의 여왕 역을 맡았다. 다 알다시피 밤의 여왕 역은 아리아는 2개 뿐이지만 초고난도이기 때문에 주목 받는데, 도이테콤은 이 어려운 아리아들을 정말 초인적이라 할 만치 훌륭하게 노래한다. 고음역에서도 전혀 힘이 죽지 않으며, '지옥의 복수가 내 마음에 끓어오른다'에서는 힘이 뒷받침된 가창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속에서 공감이 가도록 흔들어 놓는다. 클렘페러 음반(EMI)의 포프도 이만큼 실감을 주지 못하며, 특히 음반(DG)의 선이 가는 피터즈에 비한다면 도이테콤의 가창이 얼마나 훌륭한지 금방 알 수 있다.

(c) 1997 & 2001~, 이영록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하시려면 우선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Music Home Good performances Review lists Favorite 30 Toshiba's anthologies English

Created ; 7th Apr. 200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