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 폴리니와 리히테르의 신녹음

English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B♭장조, op.83
      폴리니(p)/아바도/베를린 필하모닉
         녹음 ; 1995
         DG CD 5386(453 505-2)
      리히테르(p)/마젤/파리 오케스트라
         녹음 ; 1969
         도시바-EMI TOCE-3273

Contributed in Auditorium, p.157, Mar. 1998
Partly Corrected on Apr. 2001

명 피아니스트들에게 베토벤의 다음으로 많이 선택되는 협주곡 녹음 레파토리가 아마 브람스의 2곡일 것이다. 특히 2번은 협주곡으로는 이례적으로 4악장이고 연주 시간도 매우 긴 대곡이며 기교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데도, 명곡인데다 연주 효과와 일반적인 인기가 꽤 좋아서 웬만한 연주자들은 거의 하나 이상 녹음이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쌓여 온 음반의 수만 해도 상당한데, 이 곡을 새로 녹음하는 연주자에게는 기존의 음반들에 대해 자신을 어떻게 부각시키는가가 큰 문제가 될 정도다.

재발매 음반인 리히테르의 두 번째 녹음은 구녹음(RCA, 라인스도르프/시카고 심포니)에 비해 단지 9년 후의 것인데도 연주 시간이나 세부 스타일에서 상당히 많이 변화했다. 전작의 몰아붙이는 압박감과 박력은 개인적으로 경이적인 음반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인데, 재녹음은 더 중용을 취하는 쪽으로 스타일이 변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리히테르의 개성은 곳곳에서 두드러지니 정말 놀랍다. 1악장 첫 부분의 자유스러운 피아노의 독주 부분을 주목하면 - 이 부분은 명백히 베토벤 '황제'의 같은 부분의 카덴차를 발전시켰으므로, 다소 템포의 자유가 허용된다고 본다 - 템포의 자유자재한 움직임, 공격적으로 강조하는 화음의 울림 등은 매우 인상이 강력하다. 특히 재현부 바로 전에 최강주(ff)로 하강하는 옥타브 화음의 격렬함은 구녹음만은 못하다고 해도, 감상자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박하우스의 1967년 Decca 녹음에서 같은 부분이 어떻게 들리는가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이런 1악장에 비해 2악장에서는 좀 감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표정을 붙이는데, 다소 담담히 표현된 3악장 및 약간 무겁게 들리는 4악장(물론 약점이지만) 등, 다른 음반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 만큼 다양하게 이 곡을 연주해내었다. 최소한 1악장만으로 보아도 들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반면 오랜 콤비인 폴리니와 아바도의 19년만의 재녹음(구녹음은 빈 필과 1976년)은 리히테르와 마젤의 음반만한 개성적인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1995년의 실황 녹음인데, 저렴하게 재발매된 구녹음과 특별히 차별화할 만한 요소가 부족한 것은 젖혀 놓더라도, 항상 폴리니에게 내가 느끼는 문제인 '그는 도대체 무엇으로 승부하는가?' 라는 의문점이 이 음반에서도 여전하다. 1악장 첫머리를 살펴보면, 호른에 응답하며 마치는 3,4도 음형에 강렬한 섬광을 비추는 리히테르, 기백으로 똘똘 뭉친 데다 아름다운 음색을 더해 끊임없이 전진해 오는 길렐스(DG), 얼핏 들으면 폴리니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유연하고 깊이 있는 음색이 큰 매력인 박하우스에 비해, 폴리니의 연주는 단번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부족하다. 나는 이 곡에서 1악장이 초점이라고 보는데, 시작부터 느낌이 이러니 곡을 듣는 즐거움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고백한다. 동년배들의 연주와 비교해도, 코바체비치의 구반(Philips)과 같은 대담함이나, 침머만(DG, 번스타인 지휘)의 적극적이고 다소 과장되기까지 한 연주에 비해 현저히 매력이 없으며, 이는 지휘도 마찬가지다.

두 음반의 녹음은, 리히테르의 것은 다른 HS-2088 시리즈의 녹음처럼 히스 잡음을 그다지 줄이지 않고 고음이 다소 강조되어 있는데, 전에 일본 Seraphim 시리즈로 나왔던 도시바-EMI TOCE-1541과 비교하면 약간 지나치다는 느낌이며(이것은 반대로 고음이 너무 깎인 듯하다), 폴리니의 녹음은 좀 멍멍하게 들린다. 1995년 녹음으로는 실황이라서인지 소리가 썩 선명한 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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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25th Ap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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