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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RAFIN, Tullio(8th Dec. 1878 ~ 1968)

[ Incarnation of the Italian Operas ]

1. Curriculum Vitae

3Tullio Serafin(Photo; EMI CMS 5 65658 2 set)

   오페라 팬 치고 마리아 칼라스의 이름을 모르거나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상설 오페라 레파토리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그녀의 공적은 너무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말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한 인물이 있다. 칼라스 말고도, 서덜랜드에 대해서도 남편 리처드 보닝(Richard Bonynge) 다음으로 거의 스승이나 마찬가지였던 사람이다. 바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화신, 툴리오 세라핀이다.

   세라핀은 베네치아 근교의 로타노바에서 태어났다. 밀라노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안젤리스에게, 작곡을 사라디노와 콜라나로에게 사사하고,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주자로 재직했다. 하지만 곧 지휘로 방향을 바꾸어 1900년 페라라의 콤나레 극장에서 데뷔하고, 1903년 토리노의 레지오 극장, 1906년 로마 아우구스테오 극장의 지휘자를 역임하고 1909년부터는 라 스칼라의 지휘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 때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파르마 극장에서 이탈리아 초연했으며, 라 스칼라의 음악 감독 겸 수석 지휘자를 맡아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권위자로 명실 상부하게 자리를 굳혔다.
   
그간에 객원 지휘 활동도 왕성했으며, 1924113'아이다'로 메트로폴리탄에 데뷔하여 토스카니니 이후 최고라고 절찬받은 후 1934년까지 여기서 지휘했다. 이 이후는 이탈리아로 돌아가 1935~43년은 로마 왕립 오페라의 수석으로 있었다.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초연을 맡은 오페라도 많은데, 하워드 핸슨의 '메리 마운트'를 비롯하여 로마 오페라나 스칼라에서 몬테메치의 '세 왕의 비극', '()', 브리튼 '피터 그라임즈', 베르크 '보체크(타이틀 롤은 티토 곱비)' 등의 이탈리아 초연, 달라피콜라 '야간 비행'등 현대 오페라를 적극적으로 소개한 공적이 크다. 칼라스, 서덜랜드, 폰셀 등 명가수를 발탁하여 후원한 혜안은 대단하며, 테이프 녹음 시대 이후 적극적으로 녹음 스튜디오에서 명연을 숱하게 남겼다. 부인(엘레나 라코우스카)은 스칼라와 메트로폴리탄 등에 출연한 소프라노며, 이탈리아에서 바그너 소개에 힘썼다고 한다.
   
그는 자그마치 84세 때인 1962년에도 로마 오페라의 음악 감독을 역임했으며, 2~3년 후 은퇴하여 세상을 떠났다.

2. His art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의 지휘자들은 독일/프랑스계 지휘자들과는 달리 거의 자국의 오페라만 지휘하는 경우가 많다1). 오페라의 전곡 녹음을 남긴 사람들만 열거해도 레나토 첼리니(Renato Cellini), 요넬 펠레아, 파우스트 클레바(Faust Cleva), 프랑코 카푸아나(Franco Capuana), 가브리엘레 산티니(Gabriele Santini), 지아난드레아 가바체니(Gianandrea Gavazzeni), 안토니노 보토(Antonino Votto), 프란체스코 몰리나리-프라델리(Francesco Molinari-Pradelli), 알베르토 에레데(Alberto Erede), 니노 산초뇨(Nino Sanzogno), 실비오 바르비조(Silvio Varviso)등을 꼽을 수 있는데, 세라핀은 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세대이면서(토스카니니와 거의 동년배다) 단연코 가장 돋보이는 존재다. 그의 오페라 (또는 서곡집) 이외의 녹음은 내가 아는 한 2종의 베르디 '레퀴엠' 뿐이다.
   
가수의 선택에서는 세라핀은 토스카니니와 꽤 차가 크다. 토스카니니는 지명도(와 성악적 능력)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수들을 기용하는 것을 즐겼는데2), 세라핀은 (성악적으로도)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해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성장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 덕에 세라핀의 음반을 들어 보면 성악가 면에서도 유럽의 가장 훌륭한 가수들을 망라한다. 더욱 좋은 점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큰 매력인 '노래'를 억제하지 않으면서 극 전체의 흐름과 조화시키는 데 절묘한 균형 감각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전문 지휘자들의 약점으로 흔히들 지적하는 내용이 '오케스트라의 음악 전개가 뒷전이다'는 것인데, 세라핀은 이런 문제가 거의 없다. 리허설 사진 등에서 단편적으로밖에는 볼 수 없지만, 이 키 작은 할배는 가수들과 얘기하면서 얼굴을 구기는 듯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가수도 배려하면서 극 전체의 모습까지 신경을 썼다는 점이 그의 음반들을 지금까지 살아남게 하는 큰 요인일 것이다. 유럽에 있던 덕에 토스카니니보다 좋은 가수를 기용하는 행운도 누렸으며, 녹음도 (모노랄이건 아니건) 일반적으로 더 좋다. 이 덕에 우리가 레코드로 이탈리아 오페라를 듣는 한 세라핀은 가장 뛰어난 오페라 지휘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데, 녹음까지 포함하여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음반 상에서 종합적으로 따져 세라핀에 필적할 만한 이탈리아 오페라 지휘자는 카라얀 뿐이다. 토스카니니나 만년의 카라얀이 남긴 이탈리아 오페라 녹음보다 세라핀의 전곡반에 우선 손이 가는 까닭도 일단 화려한 가수진과, 노래와 극에 대한 정교한 균형 감각 때문이다. 그의 어떤 음반을 들어 봐도 기본적으로 노래가 좋을 뿐더러, 오케스트라가 뒷전으로만 물러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니까.

   내가 모은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그의 오페라 전곡 녹음은 실황 18개와 스튜디오 29, 47개를 헤아릴 수 있다. (소개하기 쑥스럽지만) 나는 스튜디오 29개 중 11개를 갖고 있고, 앞으로 더 사고 싶은 것도 꽤 있는데, 특별히 이탈리아 오페라의 팬이 아닌 내가 이 정도다.
   그의 스튜디오 음반 중 가장 구하기 쉬운 것은 칼라스가 출연한 음반들이다(불행히도, 칼라스의 인기에 힘입어서 아직 Top이나 Med 수준 이상의 가격인 경우가 많다...). 전곡으로는 EMI12, 이탈리아 리코르디(Ricordi)'메데아'까지 13개가 있다. 1953~60년의 녹음으로, '루치아''노르마'는 모노랄과 스테레오로 두 번씩 녹음했다. 1953~55년 동안은 세라핀이 칼라스의 거의 '전속 지휘자'다가 그 이후는 다른 지휘자들의 이름도 많이 보이는데, 속사정은 첫째 데 사바타의 은퇴와3), 둘째 칼라스의 변덕 때문이다4).
   세라핀은 1957년 이후 이 때문인지 EMI보다 다른 회사에 더 많이 녹음했는데, 1958년 이후의 스테레오 시대부터만 따져 보면, EMI 4개에 비해 다른 회사에 7개나 전곡 녹음을 했다. 테발디나 시묘나토를 기용한 4개의 Decca 녹음, 스텔라가 출연한 PhilipsDG 녹음, 곱비가 주연인 60년의 '오텔로'(RCA) 등 모두 화려한 진용이다. 전곡 스튜디오 녹음으로는 19629월 스칼라 오페라를 지휘한 '트로바토레'(DG)가 마지막인 듯하다.

   그래도, 그의 레코드 중에서는 먼저 칼라스가 주역인 EMI 음반들을 꼽아야 할 것이다. 특히 디 스테파노와 곱비가 '황금의 트리오'로 출연한 녹음들('루치아'53년 모노랄, 55년의 '리골레토', 57년의 '마농 레스코')이 훌륭한데, 아쉽게도 모두 모노랄이다. 나는 '마농 레스코'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지만, 나머지 둘 중에는 리골레토 쪽을 추천하고 싶다. '성깔 있는 질다', 악역이나 분노하는 순간이 잘 어울리는 곱비의 리골레토에 불만이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아 이만큼 박력 있으며 캐스트의 비중까지 균형 잡힌 리골레토 음반은 별로 없다5). 1960년의 '노르마'도 코렐리와 루드비히라는 강력한 캐스트로 정평이 있다. 아마 이 '노르마'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오페라 녹음 중 하나로 손꼽힐 것이다.
   칼라스가 출연하지 않은 음반들 중에서는, DG'트로바토레'가 값도 쌀 뿐더러, 84세의 노인이 지휘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빈틈없이 꽉 짜인 연주를 자랑한다. 좀 덜 알려진 Philips 녹음들(토스카, 도니제티 '샤모니의 린다'와 롯시니 '모세' )을 제외하면, 거의 무엇이든 추천 베스트 5 안에 오르내린다. 2for1으로 저렴하게 재발매된 Decca'보엠''나비 부인', 시묘나토가 산투차를 기막히게 노래한 '카발레리아'(Decca)가 가격 대 성능 비를 고려할 때 특히 훌륭하다. 오텔로(RCA)도 정평이 있으며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Decca)는 결정판이라고까지 칭송받는데, 둘 다 내게 음반이 없어서 말을 할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이 만년의 스테레오 레코딩들에서도 세라핀은 노쇠하지 않았던 것이다. 질리가 출연한 1940년대의 '아이다''가면 무도회'도 있는데, 최근 Naxos에서 발매하여 저렴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기회 있으면 꼭 들어 보고 싶다.

   세라핀이 얼마나 가수 보는 눈이 있었는지는, 처음에 칼라스의 연주를 들었을 때에 뭐라고 했는지로 알 수 있다. 내 기억으로는 "소리는 큰데, (예쁘지도 않고) 못났군" 이었다는데, 결코 호평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도 주로 바그너 등의 무거운 역도 다루던 칼라스를 벨리니나 도니제티 등의 벨 칸토 오페라들에 출연시켰고, 후일 '20세기 오페라 무대 최고의 예술가'로 성장시켰음을 생각하면, 그가 보인 예술적 공적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그를 단지 칼라스의 전속 반주자 쯤으로 보기에는, 그의 탁월한 능력이 너무 아깝다.

각주 ]

  1. 당시에는 토스카니니처럼 콘서트까지 지휘하는 이탈리아 지휘자가 별로 없었다. 빅토르 데 사바타(Victor de Sabata), 줄리니나 최근의 아바도, 무티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2. 당시 RCA에서 기용 가능한 가수들이 주로 미국 가수들이었기 때문에 유럽 레이블들과 같은 지명도를 맞추기는 어려웠겠지만, 근본 원인은 토스카니니의 취향 때문이었음이 확실하다. RCA가 Decca나 EMI와 녹음 스튜디오나 음원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지명도 높은 유럽의 가수를 등장시킨 것은 50년대 후반 토스카니니가 은퇴한 이후이다.
  3. 1953년 '토스카' 녹음에서 레그는 데 사바타를 기용했다. 레그는 그를 좀 더 많이 활용할 생각이었으나, 이 녹음 완료 직후에 사바타가 심장마비를 앓아서 베르디 '레퀴엠'만 추가로 녹음하고 무대에서 은퇴한 때문에 세라핀에게 사바타의 몫까지 돌아갔다.
  4. 칼라스는 1953년 9월에 Cetra에서 '트라비아타'를 녹음한 일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EMI가 세라핀 지휘에 칼라스-디 스테파노-곱비-스칼라 극장의 초호화 배역으로 1955년 '트라비아타'를 기획했을 때 칼라스는 출연이 불가능했다(통상 어느 레코드 회사의 오페라 녹음에 출연한 가수는 향후 3~4년간 같은 배역으로는 다른 회사의 녹음에 출연하지 않는다. 조수미가 밤의 여왕 역으로 비슷한 시기에 Erato와 Decca의 전곡반에 출연한 것은 Erato가 양해해 줘서 가능했다). EMI는 리골레토의 녹음 직후 안토니에타 스텔라를 대신 기용하여 녹음을 9월 15~21일 강행했다. 칼라스는 이를 알고 "세라핀이 어떻게 나를 빼고 녹음을 했나"고 노발대발했다는데, 왜 세라핀이 총알받이가 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칼라스의 변덕이라고 볼 수밖에...
    어쨌건 기록으로만 볼 때, 칼라스는 1955년 10월부터 57년 5월까지 세라핀과 (무대건 스튜디오건) 일하지 않았으나, 57년 6월 26일부터는 다시 같이 일하기 시작했다(이 공백 기간 중 스튜디오에서 칼라스와 주로 작업한 사람은 안토니노 보토이다). 하지만 세라핀의 그 이후 16개의 스튜디오 레코딩 중 칼라스가 참가한 것은 5개 뿐이다(더 정확히 말해 EMI 6개, Ricordi 1개, Philips 3개, Decca 4개, DG와 RCA가 1개씩인 전체 녹음 중에 EMI 4개와 Ricordi 1개에만 칼라스가 참여했다). 세라핀이 1947년부터 지속적으로 칼라스와 같이 공연했으며, 그가 1952~55년에 한 10개의 스튜디오 레코딩 중 칼라스가 '세빌랴의 이발사'와(1952년 녹음으로, 칼라스가 EMI와 계약하기 전이었다.
    데 로스 앙헬레스가 출연했는데, 솔직이 실황인지 스튜디오인지 잘 모르겠다) '트라비아타'를 뺀 8개에 모두 참가했음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세라핀도 기분이 상했다고 해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5. (변덕 심한) 내 개인 취향으로는, 줄리니 판(DG)의 긴장감 떨어지는 느린 템포보다는 오히려 쿠벨릭 판(DG)의 상쾌한 연주 쪽을 좋아한다. 물론, 피셔-디스카우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참 말이 많지만....... 솔티나 보닝 음반 쪽이 궁금하다.

Links & Resources

  1. 세계명곡해설대전집, 진현서관, 1981(세라핀의 약력)
  2. Maria Callas's pages ; 칼라스와 협연한 세라핀의 레코드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은 여기를 보는 편이 좋다.
    • Frank Hamilton's catalogs; 칼라스의 공연 기록 및 음반 녹음(pdf file)
    • 'Callas forever' page ; 일본의 칼라스 팬이 정리한 기록. 그야말로 거의 모든 칼라스의 레코드를 다 수록해 놓았다. (심지어는 우리 나라 오아시스 레코드 라이선스까지도 있다)
  3. Photos ; my records, Amazon, Universal online, etc.

(c) 2002~ , 이영록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하시려면 우선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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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22nd Aug.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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