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벨리 변주곡; 주제

주제 전체를 개괄하기 위해 전체를 악보 3에 보인다(주 1). 밑의 로마 숫자는 화성의 큰 윤곽이다(물론 자세하게 화음 하나하나를 분석할 수도 있으나 여기선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주제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정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16+16마디의 단순한 A+B의 두 도막 형식이며, 4마디씩으로 나눌 수 있다. 형식을 간단히 보이면 그림 1처럼 정리된다. 소문자 (a,b,c)는 4마디의 단위를 나타낸다. A₁과 A₂에서는 왼손이 선율을 맡고 오른손은 화음을, B₁과 B₂에서는 오른손이 선율을 맡고 왼손은 베이스를 진행한다. A₁과 A₂를 비교하면, 전자에서는 왼손 선율이 하강하지만 후자에서는 상행 다음에 하강한다는 것인데, 많은 변주에서 이 요소는 그대로 나타난다.

b가 반복될 때는 오른손이 한 옥타브 높여져 있고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이 바뀌어 있는 것이 흥미로우며, 단조로움을 피하는 방법임이 틀림없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A₁과 A₂에서는 화성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만, B₁과 B₂에서는 화성에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그림 1은 대강만을 표현한 것이고, 자세히 보면 더욱 변화가 많다). 전체적으로 오른손의 리듬은 꾸밈음과 ♪♪이 A₁과 A₂에서 두 번씩만 변화를 준 것을 제외하면, '♩♩♩'로 일관한다. 결론을 약간 앞서 말하자면, 위와 같은 리듬의 두 요소와 '상행-하행' 진행이 전체 변주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위의 관찰에서 A와 B에 근본적인 큰 차이가 없음을 쉽게 알 수 있으며, 이 주제가 극히 단순하게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먼저 변주 전체를 크게 살펴보도록 하자. 각 변주의 조성 및 박자는 언급하지 않은 경우는 모두 C장조, 3/4박자이다.

Thema; Vivace, C장조, 3/4박자
1 변주 2 변주 3 변주 4 변주 5 변주	Alla Marcia maestoso, 4/4 Poco Allegro L'istesso tempo(같은 빠르기로) Un poco più vivace Allegro vivace	17 변주 18 변주 19 변주 20 변주 21 변주	(L'istesso Tempo) 4/4 Poco Moderato Presto Andante, 6/4 Allegro con brio 4/4 - Meno Allegro 3/4
6 변주 7 변주 8 변주 9 변주 10 변주	Allegro ma non troppo e serioso Un poco più vivace Poco vivace Allegro pesante e risoluto, c단조, 4/4 Presto	22 변주 23 변주 24 변주 25 변주 26 변주	Molto Allegro, 4/4 Assai Allegro, 4/4 Fughetta(Andante) Allegro, 3/8 (템포 지시 없음) 3/8
11 변주 12 변주 13 변주 14 변주 15 변주 16 변주	Allegretto Un poco più moto Vivace Grave e maestoso, 4/4 Presto scherzando, 2/4 Allegro, 4/4	27 변주 28 변주 29 변주 30 변주 31 변주 32 변주 33 변주	Vivace, 3/8 Allegro, 2/4 Adagio, ma non troppo, c단조 Andante, sempre cantabile, c단조, 4/4 Largo, molto espressivo, c단조, 9/8 Fuga(Allegro), E♭장조, 2/2 Tempo di Menuetto, moderato

템포나 기분 등에서 크게 나눌 수 있는 곳을 살펴보면 11, 18, 24, 29변주가 주목된다. 따라서 1∼10, 11∼17, 18∼23, 24∼28, 29∼33변주로 크게 나눌 수 있는 셈이다. 한 묶음의 변주 안에서는 점차 고조되다가, 다음 묶음의 첫 변주에서 호흡을 늦추는 수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 곡은 끝 곡에 푸가를 사용하지 않고, 푸가 다음에 기분을 급격하게 바꾸어 메뉴에토로 끝낸 점에서도 특이하다.

베토벤이 이 곡에서 취한 변주의 취급 방식은 매우 독특하며, 기존의 음형 변주의 방식에서 거의 완전히 이탈했다. 전통적인 음형 변주의 경우 주제 전체의 화성에는 본질적인 변화를 주지 않고 리듬을 계속 잘게 나누어 가며, 끝 쪽에 조를 같은으뜸음조로 바꾼 변주가 있고(주제가 장조면 소위 Minore, 단조면 Maggiore), 이 뒤에 원조로 돌아와 끝낸다. 베토벤이 이 곡에서 사용한 방식을 검토하면, 단순한 음형의 세분화는 거의 없으며, 첫 변주만 보더라도 화성이 상당히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의 특징적인 소재 2개에서 거의 모든 변주가 착상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2개의 소재는 전곡의 순환 동기(cyclic motive)처럼 작용하며, 아무리 주제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변주에서도 주제를 상기시켜 주며 통일성을 유지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중심소재 위에 변주 하나하나마다 다른 여러 동기들이 첨가되고, 이런 자유가 이 곡의 독특하고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이 중요한 동기를 먼저 개괄하자.

위에서 강조한 것은 주제의 첫 마디의 장식음형과 4도, 화음(chord)의 반복 음형이다. 이것을 각각 A, B로 나타냈다. 4도의 도약은 오른손과 왼손 모두에 나타나고 극히 중요하므로, 특히 a로 나타냈다. A는 (D)-C-B-G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재가 곡 전체를 통해 어떻게 전개되는지 하나 하나의 변주를 통해 살펴보는 것은 이 곡의 이해를 위해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다음에 각 변주의 첫 몇 마디를 예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