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체비치 베토벤 소나타 12,19,20,30번 ; 이영록의 음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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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E장조 op.109, 12번 A♭장조 op.26,
  19번 g단조 op.49-1, 20번 G장조 op.49-2
  바가텔 op.126
  스테판 코바체비치(p)
  녹음; 1995년, 로열 페스티벌 홀, 런던
  EMI CDC 5 56148 2

Contributed in Classical Music, p.126, Vol.3, Nov. 1996
Partly Corrected on Apr. 2001

코바체비치는 1940년 로스앤젤레스 태생의 연주자다. 11세 때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재능을 발휘했으며, 미국 연주여행을 온 마이러 헤스(Myra Hess)를 따라 1959년 런던으로 가 1961년 런던에서 데뷔한 후 지금의 위치를 쌓아갔다. 그는 원래 비숍(Bishop)이라는 성을 쓰고 있었는데, 1976년부터 코바체비치(Kovacevich)라는 유고계의 원래 성을 붙여 쓰다가 요즘은 아예 비숍은 없애버린 모양이다. 그의 주력 레파토리는 레코드에서 보면 베토벤, 브람스, 바르토크다. Philips에서 1980년대 초까지 녹음하다가 최근에는 EMI로 옮겨(그는 인터뷰에서 자신과 재계약하지 않았던 Philips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Philips는 상당 기간 동안 아라우, 브렌델, 리히테르 등 거장급의 피아니스트가 비슷한 레파토리를 많이 녹음했기 때문에 코바체비치까지 관리하기는 버거웠던 면이 없지 않다) 베토벤 및 슈베르트 사이클에 주력하고 있다.

   그가 Philips에서 녹음한 브람스 리사이틀집을 들어보면 상당히 직선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에 녹음한 op.118-3의 인기 있는 발라드에서는 이런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악보대로인 약간 고지식하기까지 한 힘있는 연주이며, 어느 정도 그는 이 곡에서 외면적으로 리히테르를 연상시키는 점이 있다(템포와 외면적인 느낌에서만 비슷하지, 곡을 자유롭고 유연하게 다루는 솜씨는 리히테르가 확실히 나았다). 확실히 이 연주는 박하우스나 켐프, 제르킨 같은 정통 독일음악의 거장에 비해서 설득력이 부족했다. 듣다 보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약점이 보였던 그가 최근에 EMI에서 베토벤 사이클을 내놓고 있는데, 녹음하는 곡들로 보아 아마 전곡 녹음을 개시한 것 같다.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에는 Philips 시대의 특징이 아직 어느 정도 그대로 남아 있다. 소나타 30번의 연주에서는 이 점이 장점으로만 작용한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다소 빠른 축에 드는 템포에다가 악보대로인 단정한 깎아지르는 연주이며, 스포르찬도(sf)는 너무 날카롭게 들린다. 2악장(1악장의 두 번째 부분으로 보아야 할까?) Vivace에서는 개시 부분에서 오른손의 선율에 비해 왼손 옥타브가 너무 크게 들리며, 악장 전체에 빠른 템포 및 뚜렷한 강약에서 오는 선명한 인상과 긴장감은 있으나 군데군데에서 좀 흐름을 늦춰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연주 시간이 2분 남짓한 짧은 악장이어서 이런 해석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길렐스의 녹음(DG 419 174-2)의 같은 악장과 비교하여 볼 때 악보에 충실함에도 불구하고 힘으로만 밀어붙였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중간에 긴장을 늦춰 주는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3악장에서는 훨씬 여유를 갖고 곡을 대하고 있지만, 제 5변주에서는 음 하나하나가 너무 각이 진 느낌이다. 같은 빠른 템포를 이 변주에서 취한 박하우스의 녹음(Decca)이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각진 느낌은 없는 데 비하면 아무래도 너무 도전적으로 들린다. [참고 ; 미아 정의 같은 곡 음반 리뷰]
   반면에 나머지 세 소나타에서는 그의 연주가 30번에서처럼 그리 어색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12번에서는 그의 연주가 마찬가지로 힘이 풀리지 않는데, 이는 3악장에 '장송 행진곡'이 놓인 것처럼 긴장력이 필요한 이 곡의 성격으로 보아 납득할 수 있는 연주이다. 마지막 악장은 거의 단숨에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이런 해석은 리히테르의 1960년 녹음(RCA)을 연상시키며, 특히 템포 설정 및 다이나믹은 1악장에서 두 녹음이 공통된 점이 많다. 19, 20번의 두 소나타의 연주도 마찬가지 특성을 지니며, 작고 아담한 해석도 통하는 이 두 소나타를 힘있는 연주로 관통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의 해석은 (최소한 이 음반에서 보건대) 초기, 중기 소나타에 어울리는 듯하다.

이 레코드의 매력은 매우 독특한 녹음이다. 로열 페스티벌 홀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사용했는데, 다소 초점이 흐리다고 불평할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넓은 홀에서 직접 듣는 듯한 공간감 있는 녹음은 탁월하다.

[ 참고 ; 코바체비치의 소나타 8~11번 음반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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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29th Ap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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