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정의 베토벤 녹음 ; 이영록의 음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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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Piano Sonata No.23 & 30, Bagatelles op.119
  미아 정(p)
  녹음 ; 1997년
  Channel Classics CCS 10897

Contributed in Auditorium, p.146, Jun. 1998
Partly Corrected on Apr. 2001

미아 정은 1994년 카네기 홀에 데뷔한 젊은 미국 위스컨신 태생의 피아니스트다. 이미 널리 인정받아 구소련과 아시아 등지를 순회 공연했으며, 호암 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 것을 기억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데뷔 음반은 역시 베토벤 소나타 16, 32번과 바가텔 op.126이며, 둘째 음반인 슈만 '다비드 동맹 무곡집'등이 든 음반은 한국 비평가협회의 '올해의 건반악기 레코딩'으로 꼽히기도 해서, 우리 나라에는 나이에 비해 많이 알려진 피아니스트다.

   미아 정은 맑고 투명한 음향으로 베토벤을 해석했는데, 아주 개별성 있는 음색은 아니지만 상당히 음색이 풍부하다. 두 소나타에서 공통된 미아 정의 해석은 프레이즈의 끝에서 템포를 상당히 늘이는 경우가 두드러질 정도로 명확한 프레이징과 절제된 짧은 페달링인데, 그의 투명한 음향과 어울려 울림에 전혀 흐릿함이 없는 깨끗함이 인상적이며, 필요하면 상당히 큰 템포의 변동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이 음반의 레파토리와 반드시 잘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열정 소나타 1악장에서 미아 정은 제 1주제와 제 2주제 사이의 경과부를 - 왼손은 반복음을 연주하고 오른손은 음역을 옮겨 가며 반짝거리는 부분으로, 이 음반에서 연주 시간은 약 1:00∼1:20 정도이다 - 템포를 빨리하여 살짝 지나쳤다. 이런 방식은 새롭지는 않으며, 박하우스(Decca)와 피셔(APR)의 녹음에서 전례가 있고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교향곡 5번의 47년 실황 1악장(DG)에서 가장 명확히 들을 수 있다. 미아 정의 연주에서 지적할 것은 경과부와 주제 사이의 템포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내가 듣기에는 거꾸로 이 부분이 강조된 느낌인데, 박하우스와 피셔는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 미아 정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사용한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위화감을 준다. 이 부분 외에 1악장의 템포 움직임이 크게 보아 박하우스와 매우 유사해서, 직접 배운 것인지(!) 의심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미아 정의 짧은 페달링과 그다지 크지 않은 음량의 폭 때문에, 중량감과 스케일 면에서 분명히 그에게 미치지 못하며, 3악장에서도 이런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템포를 많이 움직이는 스타일로 연주한다면 굳이 페달링을 그렇게 짧게 할 이유가 없으므로, 적극적으로 페달을 쓰면 나았을 것이다.
   소나타 30번의 스타일은 미아 정의 연주 방식에 '열정'보다는 잘 어울린다. 부분적으로 템포가 너무 변해 필자의 귀에 좀 낯설게 들리는 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열정'만큼 불만족스럽지는 않다. 이 곡이 '열정'보다 낭만주의 스타일에 가까워 페달 지정도 많고 템포의 자유를 구사할 여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코바체비치(EMI)만큼 스케일 큰 고전적 타입이 아니라, 투명한 음향과 약간 낭만적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히려 미아 정의 고전적 해석 스타일은 바가텔에서 들을 수 있는데, 소품이기 때문에 더 절제한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발매된 플레트뇨프의 신보(DG)와는 또 다른 개성이다. 내 설명 순서는 대중적인 인기 순서대로 잡았는데, 곡 수록 순서가 반대인 점이 이해가 간다.

이 음반에서 재미있는 점은, 보너스 섹터 둘이 미아 정의 구보 2개에서 발췌한 맛보기 트랙이라 구보의 연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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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29th Ap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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