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Error ; Toshiba-EMI HS-2088 series - Youngrok LEE's Music Pages

Tedious

5. Toshiba-EMI의 HS-2088 시리즈

Toshiba-EMI의 HS-2088 시리즈(High Sampling rate 20bit/88.2kHz)는 상업적으로는 확실히 성공했지만,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유는 음질 뿐 아니라 음악적인 문제 때문이었는데, 전에 발매된 것들과 연주 시간이 다르거나, 신호 누락(dropout)이나, 편집에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점이었다. 내가 아는 한, 최소 네 명의 리뷰어가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 리뷰들을 여기 모아 놓았다.

1)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op.67
슈베르트; 교향곡 8번 b단조, D.759 "미완성"

- 푸르트뱅글러/빈 필하모닉
- 레코드 번호 ; TOCE-3004
- 기고 ; 고전음악 제 3호(1996.11.)

푸르트뱅글러의 대표적인 음반 중 하나로, 음의 상태가 본사 복각 음반(EMI CDH 7 69803 2)보다 개선되었다는 것은 들어 본 사람이면 거의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두 군데에서 문제가 있고(하나는 상당한 문제다), 전체적으로도 약간 문제가 있다.

먼저 베토벤의 문제점부터 살펴보자.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은 섹터가 4개로 되어 있다. 그런데 4번 섹터부터 플레이하면 정확히 4악장의 웅장한 개시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3악장의 끝이 약간 끼어들어가 있다. 즉, 섹터를 나눌 때 3악장과 4악장의 정확한 경계 약간 앞에서 나눈 실수이다. 이런 실수는 곡 전체를 한 번에 들을 때는 사실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번째의 실수는 테이프 편집 실수에 기인하는 것으로, 내가 한 번 듣고 문제점을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4악장은 4/4박자이고, 이 악장의 62마디와 63마디는 한 마디에 4분음표가 하나, 나머지 세 박자는 쉼표로 이루어져 있다(피아노로 압축한 악보 1 참조). 그런데 이 CD를 잘 들어 보면 이 부분(4 섹터 연주시간 1:45∼1:46)에서 62마디의 쉼표 길이가 두 박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63마디에서는 쉼표가 제대로 세 박자이므로, 이 CD를 갖고 계신 분들께서는 부디 쉼표의 길이를 비교해 보시기를 바란다. 이런 오류는 내게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과 함께, 잘 알고 있던 음악이 갑자기 보조가 빨라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본사 복각 음반인 EMI CDH 7 69803 2의 같은 부분에는 위와 같은 오류는 없다.

그 다음 전체적인 문제점을 보자. 나는 이 유명한 녹음을 오래 전부터 본사 복각으로 들어 왔기 때문에(베토벤은 CD를 테이프에 복사해서, 미완성은 CD로), 이 녹음의 여러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HS-2088로 새로 발매된 것을 들으면서 단순히 음질이 좋아진 것을 빼더라도 달라진 점이 또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두 소스의 연주 시간을 비교했더니, 크게는 7초까지도 차가 났다. LP가 CD로 재발매되는 경우에 2∼3초 정도는 차가 있을 수 있지만, 7∼8초까지 차가 나다니.
그래서 나에게 있는 세 소스 - 본사 복각, 일본의 Toshiba-모노랄에서 라이선스한 오아시스의 음반, HS-2088 - 을 비교해 보았다. 본사 복각 음반과 꽤 차가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뭔가 다르다'고 의심했던 것이, 바로 약간의 연주시간 차에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43kb)

	Beethoven				Schubert
Movement	1st	2nd	3rd	4th	1st	2nd
Int'l version	8:33	11:17	6:03	9:42	11:13	11:50
Toshiba (not HS-2088)	8:33	11:18	15:46		-	-
HS-2088	8:30	11:11	5:59	9:35	11:21	12:00

위의 연주 시간에서 보면 본사 복각과 Toshiba-모노랄 소스는 연주 시간이 사실상 동일한 데 비해, HS-2088만 차가 난다. 슈베르트 2악장의 경우 10초까지 차가 벌어졌다. 혹시 트랙 사이의 공백이 그냥 연주시간에 포함된 것이 아닌가 검사했는데, 본사와 HS-2088이 그런 공백은 거의 길이가 비슷했으므로, 이런 데서 오는 문제점은 아니다. 본사 소스와 Toshiba-모노랄 소스가 연주 시간이 거의 같으므로, 이 오류는 Toshiba-모노랄 소스와 HS-2088의 독일 EMI-Electrola의 "Breitklang(브라이트클랑)"소스가 다른 데서 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Breitklang 소스를 리매스터링하는 과정에서 뭔가 오류가 있거나, 소스 자체에 문제가 있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번 HS-2088의 발매로 음질이 개선된 것이 물론 좋긴 하지만, 이런 음악적인 오류를 집어넣어서 '제로 섬 게임(Zero Sum Game)'을 생각하게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쉼표 길이가 달라지는 오류가 그대로 들어 있다니, 리매스터 엔지니어가 완성한 마스터를 한 번도 안 들어보고 그냥 발매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최소한의 음악적 감각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문제를 방치할 수가 있을까? 아니면 자신들이 만든 CD의 질에 무관심하기라도 한 것인가?

2)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op.14a

- 뮌시/파리 오케스트라
- 레코드 번호 ; TOCE-3036
- 기고 ; 임화섭, 고전음악 제 1호(1996.6.) [ by courtesy of the author ]

... 이번 복각은 얼마나 성공적일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복각에 약간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실은 기존의 본사 복각과 비교해 보지 않고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전반적으로 신호 레벨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서 대음량이 되면 신호가 포화되어 찌그러진다(적어도 본사 복각에서는 이런 일은 없다. ff 부분에 맞추어 신호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기본인데). 1악장의 3:46 근방 등 신호가 순간적으로 누락되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다(소스 테이프의 손상 때문인지, 리마스터링 과정에서 일어난 편집 실수인지, CD 생산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 적어도 이 음반에 관한 한 도시바-EMI의 복각은 주파수 특성을 과장하고(특히 저역이 무척 붕붕거린다) 신호 레벨을 높여 또렷하게 들리게 만들었는데, 이것이 LP의 장점을 반영한 복각인지 의심스럽다. 적어도 이 음반에서는 20비트로 복각해서 어떻게 특성이 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 그랜드마스터 시리즈 관현악 복각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나 많다. 푸르트뱅글러 녹음들은 왜 그렇게 소리가 가늘어졌는가? 한결같이 신호 레벨이 높고, 고역과 저역을 강조하는 점은 일본 복각 특유의 버릇이니 그러려니 하기로 하자. 본사 복각에는 들리지 않는 신호 누락 부분이 그렇게 많이 생길 정도로 도시바-EMI가 사용한 소스 테이프의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가? 푸르트뱅글러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제 5번 4악장에서 나타나는 명백한 편집 실수(바로 윗글 참고)는 과연 '옥의 티'인가, 아니면 '빙산의 일각'인가?
한 잡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이 그랜드마스터 시리즈의 리마스터링을 맡은 도시바-EMI의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리마스터링 테이프는 음악 전문가의 모니터를 거친다고 주장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묻고 싶다. 그 '음악 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3) 헨델 ; 오라토리오 '메시아'

- 클렘페러/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 레코드 번호 ; TOCE-3237
- 기고 ; 윤정열, 오디오와 레코드 제 87호(1997.11.) [ by courtesy of the author ]

... 음질은 그리 좋지 않다. 커튼을 쳐놓고 연주하는 듯한 음질도 그러려니와, 그랜드마스터 HS-2088 시리즈 특유의 음량 포화도 여전하다...

4) 말러 ; 교향곡 9번 D장조

- 바비롤리/베를린 필하모닉
- 레코드 번호 ; TOCE-3039
- 기고 ; 임화섭, 고전음악 제 1호(1996.6.) [ by courtesy of the author ]

    작년(95년)부터 도시바-EMI에서 발매하고 있는 20비트 복각 음반들에 대해 나는 어느 정도의 의심을 품고 있었다. 확실히 도시바의 HS-2088시리즈 복각은 이전의 CD 재발매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를 들려 주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더 좋은 복각인지 의문이 간다. 도대체 원래의 소스에 어떤 조작을 가했길래 이렇게 달리진 부분이 많은 것일까?
    전반적으로 볼 때, HS-2088 복각의 소리가 이전의 본사 복각 CD에 비해 나아진 것은 확실하다. 특히 작년에 발매된 일련의 푸르트뱅글러 녹음 복각은 놀랄 만큼 다른 소리를 들려 주었고, 성악곡들의 복각은 탁월했다. 그런데 그 복각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가늘어졌다고 느꼈다. 듣기 좋고 덜 부담스러운 소리가 되기는 했으나, 그것이 과연 원래 소스에 담긴 소리였는지, 아니면 도시바-EMI의 복각 엔지니어 오카자키 요시오의 뛰어난 화장술 때문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내가 이 리뷰를 통해 다루려는 점은 과연 이 도시바-EMI에서 리마스터링해 새로 발매한 존 바비롤리가 지휘하고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말러 제 9교향곡 녹음이, 그들이 선전하는 대로 기존의 재발매 CD보다 더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존 바비롤리의 이 녹음은 널리 알려진 고전적 레코드이므로 이 자리에서 이 연주에 대해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말러 팬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한 번은 들어 보았을 녹음이기 때문이다. 바비롤리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이 곡을 연주회에서 연주한 후 감명받은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이 간청하여 1964년에 이루어진 작업의 결과라는 유명한 이야기와 함께.
    Studio 시리즈로 발매된 EMI 본사의 복각과 이번 도시바-EMI의 복각은 상당히 많이 다르다. 본사 복각은 신호 레벨을 낮게 잡고, 배경 히스는 많이 감소시켰다. 그 정도면 성공적인 복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원판 LP에 익숙한 애호가들의 마음에는 차지 않을지 모른다). 이번 도시바의 복각은 히스는 그리 많이 줄이지 않고, 신호 레벨은 꽤 높게 잡았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고역 부분(특히 바이올린)이 상당히 귀에 거슬리게 자극적이고 거칠다는 점이었다(물론 해상도가 증가하면서 이런 느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원판 마스터으이 상태가 허용하는 한도 이상으로 해상도를 증가시켰다는 의심은 남는다). 또한 신호 레벨을 높게 잡아서, 대음량이 되면 신호가 포화된다는 느낌마저 갖게 되어 나를 상당히 의아하게 했다. 왜 이럴까?

나는 HS-2088과 본사 Studio 복각의 연주 시간을 각 악장 별로 비교해 보았다(오른쪽 표). 다른 악장은 큰 차이가 없는데 1악장에서 14초의 차이가 난다(악장 별로 5초 내외의 차이가 나는 것은 옛 녹음을 CD로 옮기는 과정에서 흔하며, 또한 CD마다 공백의 수록 시간이 조금씩 다르므로 별로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시바-EMI에서 그랜드마스터 시리즈를 발매하기 전에 같은 녹

Movement	1	2	3	4
HS-2088	26:39	14:48	13:32	22:52
Studio	26:53	14:53	13:38	22:57

음을 발매한 적이 있는데(옮긴이 주; 본사 Studio 시리즈와 같은 표지였다), 직접 듣고 비교하지는 못했으나 CD 케이스에 쓰인 연주 시간을 비교할 수는 있었다. 이것은 본사 복각과 시간 차가 거의 나지 않았다.
제 1악장의 복각은 연주 시간만 비교해도 상당한 의심을 하기에 족하다. 본사 복각과 도시바의 전 복각은 거의 차가 없는 반면, HS-2088은 그 둘과 상당히 큰 차가 있는 것이다. 물론 20분이 넘는 연주 시간 동안 14초의 차가 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청감상 구별이 가능할 정도의 차가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시바-EMI의 리마스터링 엔지니어 오카자키 요시오가 이번 복각에서 원래의 소스에 조작을 많이 가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 옮긴이 각주; 이것은 0.87%의 시간 차이인데, 기준 A음(440Hz로 볼 때)에서 약 3.8Hz가 높아지며, 숙련된 청취자와 현악기 연주자들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차이다. 위에서 언급한 푸르트뱅글러의 슈베르트 '미완성'의 2악장에서 판단하면, 차이는 1.49%로(총 670초에서 10초의 차이), 기준 A에서 6.6Hz 낮아진 결과를 초래한다. 현악기를 연주하지도 않고 특별히 훈련도 받지 않은 나도, 뭔가 다르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마스터의 상태가 비교적 좋은 이 녹음에 도시바-EMI는 상당히 많은 조작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의 복각과 비교하면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물론 선전 문구대로 '아날로그의 자연스러운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이런 특이한 복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일본 엔지니어가 말하는 '아날로그의 자연스러움'이란 말에서, 적어도 관현악곡의 HS-2088 복각에 관한 한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 갖는 것은 나뿐일까? 독자 여러분의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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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단지 대표적인 경우일 뿐이다. 디누 리파티(Dinu Lipatti)의 재발매들도 거친 음향과 음량 포화의 문제를 똑같이 갖고 있다(김태진, 고전음악 제 3호).

결론을 내리자. 나는 HS-2088 시리즈를 꽤 많이 들어 보았는데, 전반적으로 항상 좋다고만 말할 수는 없었다. HS-2088, 본사 복각, 도시바의 이전 발매들을 푸르트뱅글러, 클렘페러, 슈바르츠코프, 기제킹, 발햐, 리히테르 등의 연주에서 비교했는데(고전음악 제 5호), 내가 얻은 결론이 그것이었다. 특히 본사 발매를 이미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몇 개를 제외하면 HS-2088로 바꿀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왜 도시바에서는 이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엄청나게 광고까지 했는가? 그들은 정말 음질을 개선시켰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그런 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더 팔기 위해서 그랬을까? 무엇이 진실인지, 나는 모르겠다.

Tedious

Created ; 12th Aug. 2000
Last Update ; 17th Jan.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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