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있는 레코드 ; 베토벤 - 이영록의 음악 페이지

Tedious

* 문제 있는 레코드

1. 베토벤

1) 교향곡 전집(+3중 협주곡)

- 펠릭스 바인가르트너(con.)/런던 필하모닉(4,5번), 런던 심포니(2번), 로열 필하모닉
(6번), 빈 필하모닉(1,3,7~9번)
- 녹음 ; 1927~38
- Grammofono 2000 AB 78012~16
- 기고 ; 임화섭, 고전음악 제 5호(1997.7.)[ by courtesy of the author ]

   ... 바인가르트너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기뻐할 만하다. 만일 복각이 어느 정도나마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그럴 것이라는 이야기다. 유감스럽게도 이탈리아의 포노 엔터프라이즈에서 그라모포노 2000 레이블로 발매한 이 복각 CD는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복각의 수준이 형편없다.
   다른 곡의 연주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일단 적어도 Vol.3에 담긴 '에로이카' 교향곡의 복각은 SP에서 직접 복각하지 않은 것이 거의 확실하다. 잡음의 성격으로 보아 78회전 음반의 금속 마스터나 78회전 음반 프레싱에서 직접 복각한 것이 아니라 78회전 음반을 LP로 복각한 것을 다시 CD로 옮긴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말이다. 그 근거는 잡음의 주기에 있다. 예를 들어, 앰플리파이어의 볼륨을 올리고(또는 헤드폰을 끼고) Vol.3의 트랙 2를 체크해 보라. 트랙 1~4중 어느 것이나 다 마찬가지지만, pp로 시작하는 제 2악장에서 잡음을 판단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이 잡음의 주기는 2초 가량(그보다 약간 짧다)인데, 간단한 산수를 통해 알 수 있듯 만일 78회전 음반이나 금속 마스터로부터 복각했다면 이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잡음의 주기로 보아서는 33 1/3회전의 LP 음반(그것도 그리 상태가 좋지 않은)을 읽어들여 CEDAR 시스템을 거쳐 잡음을 줄이고 주파수 특성을 조작한 뒤 CD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CD의 바깥에 적혀 있는 "Transferred from 78s or original tapes" 라는 문구와는 달리, 78회전 음반(이 음반의 경우 오리지날 테이프는 아예 존재하지 않으므로)에서 옮길 수는 없다는 말이다.
   제 9교향곡 제 4악장 11분 00초째를 보면 마치 LP 재생용 카트리지가 튀어 소리골을 건너뛰는 듯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서 가운데 몇 초 가량이 온데간데 없어지기도 한다. 똑같은 연주를 복각한 프라이저(Preiser #90193)와 펄(Pearl #9407)을 비롯한 다른 회사의 복각에서는 이 부분이 정상적이다. 이 복각 CD를 제작한 포노 엔터프라이즈의 엔지니어 알레산드로 나바(Alessandro Nava)는 음악적으로 귀머거리나 다름없든지, 아니면 복각 결과를 담은 테이프를 들어 보지도 않고 CD로 발매하는 엉터리 엔지니어든지 둘 중 하나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제 5교향곡 녹음을 복각하면서 테이프 편집을 잘못하여 제 4악장의 쉼표를 너무 짧게 한 도시바-EMI의 엔지니어 오카자키 요시오(OKAZAKI Yoshio)의 실수는 알레산드로 나바의 실수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셈이다. (^^ NB ; HS-2088 page)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그라모포노 2000의 이번 복각은 내가 들어 본 바인가르트너의 베토벤 녹음 복각들 중에서도 단연 최악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고역은 삭제하고 그 바로 아래까지의 고역은 무리하게 키워서 둔탁하면서도 거친 소리를 내고 있으며, 저역도 부자연스럽게 붕붕거려 미묘한 뉘앙스를 전혀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조심성없이 무리한 잡음 제거를 감행하고 인공적으로 울림을 덧붙인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복각에 사용한 턴테이블의 회전수도 고르지 않은 듯 피치가 흔들리는 부분도 꽤 많다. 펠릭스 바인가르트너가 베토벤 교향곡들에 부여하였던 미묘함(복각 상태가 좋은 음반들에서는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는)은 어디 갔는지 찾을 길이 없고, 벙벙거림 속에서 그로테스크한 음향만이 울려퍼질 뿐이다....

(중략) 그라마포노 2000의 이 5CD 세트가 정상적인 복각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나온 기존의 LP복각을 베껴낸 열악한 복제품이라고 할지라도, 만일 이 녹음 발매가 이 전집의 최초 CD 재발매라면 그나마 약간의 의의를 인정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나마 그런 초라한 의의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잠시 발매되다 곧 카탈로그에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이미 프랑스의 LYS/단테(Dante)에서 이 녹음 전곡을 CD로 발매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라모포노 2000이나 LYS/단테나 SP 복각 분야에서 그리 평판이 좋은 회사가 못된다. SP 녹음을 LP나 CD로 복각한 타 회사의 음반을 가져다가 베껴먹는 소위 'Musical Xeroxing'을 늘상 자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YS/단테는 인위적인 조작을 그리 심하게 가하지 않는 편이다. 이 점은 원 소스의 복각 상태가 비교적 좋을 경우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라모포노 2000의 이번 복각은 LYS/단테의 것보다 음악 제록스물로서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어차피 둘 다 자존심 있는 복각 발매자라면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엉터리 복각이기 때문에 이 경우 어느 쪽이 앞서냐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발매 시기의 선후 관계와 음향 상태의 어느 것에서도 그라모포노 2000은 LYS/단테에조차 뒤진다. 최소한 제대로 카피하기만 해도 그나마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말이다....

>> 참고 ; 쇼팽 발라드 1번 코르토 연주, '수치의 전당'

◀ 도시바-EMI의 같은 녹음 재발매(TOCE 9285~89) ; 물론 정식 복각이다.

2)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

   - 프리츠 크라이슬러(vn), 프란츠 루프(p)
   - 녹음 ; 1935~36, 런던
   - Naxos 8.110969~71(3 set)
   - 이 페이지에 처음 공개(2004년 1월)

이 전집은 CD에서는 Pearl과 도시바-EMI의 발매를 빼면 Naxos가 처음 내놓을 것이다. 당연히 염가 재발매를 환영할 만 하지만, 아주 유명하고 칭찬을 많이 받는 복각 전문가 워드 마스턴(Ward Marston)이 이상한 잘못 하나를 저질렀다.

(105kb)

왼편 자켓에 링크시킨 부분은 '크로이체르' 소나타의 2악장(CD 3, 섹터 5)의 연주 시간 8:35.5~8:48.5 부분이다. 프레이즈 끝의 쉼이 너무 길다는 내 판단에 동의하시는가? 이 부분으로 보아, SP 면이 바뀔 때 이음매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3) 현악 4중주곡 전집

- 빈 무직페라인 4중주단(Wiener Musikverein Quartett)
- 녹음 ; 1990.1~ 1992.4, 빈
- Platz PLCC-606~613(Japanese)
- 기고 ; 고전음악 제 1호(1996.6.)

상당히 호평을 받은 음반인, 베토벤 현악 4중주곡의 전집이다. 그 중 6번째 음반인 PLCC-611에서 트랙 7에 들어간 '대푸가'를 잘 들어보자. 연주 시간 13분 20초 정도가 될 무렵, 나는 깜짝 놀랐다. 반 마디가 아예 없어진 것이 아닌가. 정확히 말해서, 605마디의 앞 절반인 두 음표가 빠졌다. 이 오류는 판에 따라 악보가 다소 다른 점이라든지 하는 것으로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악보에서 볼 수 있듯이, 첼로의 피치카토로 연주되는 푸가 주제의 4음 동기의 끝 음이 잘려나가 버린 것이다(악보 참조). 잘 흘러가던 음악이 갑자기 필자를 배신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당연히 편집 과정의 오류다.
물론, 나는 프로듀서가 신이나 다름없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문제가 있는 CD가 어떻게 정품으로 팔릴 수 있는가? 이 음반의 프로듀서(Artistic Director)는 완성한 마스터 테이프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음반을 만들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미리 알기만 했다면 수정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60kb)
* 대푸가(Grosser Fuge), 601~608마디

4) 현악 4중주곡 12, 16번

   - 알반 베르크 4중주단
   - 녹음 ; 1983
   - EMI CDR 5 69791 2
   - 기고 ; 하이텔 고전음악동호회, 게시판 8번,  #1259 & 1413(1997.9.29 & 1998.1.13.)

저가인 레드 라인 시리즈 중에서 이 음반은 가장 잘 팔려나가는 것 중 하나인데, 16번의 1악장 연주 시간 6:01~6:05에서 음질이 상당히 불안정하며, 1바이올린의 소리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이 음반은 구발매 CDS 7 47135 8의 재발매인데, 이것은 음질이 어떤지 아직 모르겠다. 염가 재발매라고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5) 피아노 소나타 31번

   - 솔로몬(p)
   - 녹음 ; 1950s
   - Testament SBT 1192(pub. 2000)
   - 이 페이지에 처음 공개(2004년 1월)

이 Testament 발매 중 31번은 EMI CHS 7 64708 2(2 set; 1993년 발매)의 재발매인데, EMI 발매에는 편집 문제에 대한 노트가 있다;

이 소나타 끝 악장의 끝 쪽에서, 원래의 아날로그 테이프에 들을 수 있는 편집 흔적이 있다. 이것을 개선하려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으나, 불행히도, 오른손의 두 음표가 없어졌고 이것은 대체할 수 없었다.

EMI 발매는 물론이고, Testament 발매에도 같은 문제가 있는데, 후자가 전자의 라이선스라서 같은 마스터를 사용하니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Testament 발매에는 EMI 발매의 친절한 안내가 삭제되어 있다. 나는 EMI 발매를 나중에 사기 전에는 정말로 발매한 Testament 측도 모르는 에러인 줄 알았다. 왜 이런 정보를 삭제했는지 모르겠다.

(60kb)
▲ 피아노 소나타 31번, 푸가, 161~65마디; 5:21.4~5:28.2

Tedious

Created ; 12th Aug. 2000
Last Update ; 4th Ja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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