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선 데뷔 레코딩 ; 이영록의 음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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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혜선 데뷔 음반
  멘델스존; 무언가 4곡
  모차르트; 환상곡 d단조, K.385
  슈만; 후모레스케, 트로이메라이
  라벨; 라 발스(백 혜선 가필)
  녹음 ; 런던 헨리 우드 홀, 1997년 7월 2∼4일
  EMI CDZ 572827 2(EKCD-0400)

Contributed in Audio & Records, p.191, May 1998
Partly Corrected on May 2001

리뷰를 쓰면서 같은 곡의 녹음 몇 가지를 계속 듣다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난다. 콩쿠르 심사위원들 심정이 이렇겠구나 하는 느낌이 하나고, 그 '심사위원'이 평가 받는 사람들보다 훨씬 못하다는 아이러니가 다음이다. 최소한 콩쿠르에서는 그런 일은 아주 드문데, 리뷰를 쓸 때는 거꾸로인 점이 현실이다. 솔직이 바람직한지 잘 모르겠지만, 새 음반이 나올 때 편견 없는 감상자의 처지에서 최소한 거장들의 녹음과 비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음반 수요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필수적이다. 이 입장에 대해 내지가 많이 참고가 되었다. 백혜선 자신도 이번 수록곡의 시금석으로는 피셔나 슈나벨(모차르트), 기제킹(무언가), 호로비츠(트로이메라이)를 들 정도로 과거의 연주들을 잘 알고 선호하지만, '다른 명인들의 기록이 무서우면 연주회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궁금한 점은 이런 거장들의 레코드에 비해 백혜선이 어느 정도 자기 주장을 할 수 있을까였다.

무언가는 기제킹과 바렌보임을 포함하여 6종의 다른 음반과 비교했는데, 특별히 개성적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가장 좋은 것은 op.53-1로, 작품 번호와 상관없이 첫 곡으로 놓인 이유를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op.67-4는 정확한 기술이 인상적이지만, 끝 부분에서 갑자기 너무 빨라지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슈만의 '후모레스케(유모레스크)'는 5종의 다른 음반과 비교했는데, 그녀의 해석은 리히테르 계열에 있는 듯하다. 사실 리히테르의 모노랄 녹음(Melodiya)은 악보의 재현과 절묘한 대조, 힘이라는 점에서는 발군이며, 많은 음반들이 이 해석을 모범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리 무리는 아니다(켐프의 DG 녹음은 거의 흉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그의 개성에 깊이 밀착되어 있다). 멘델스존보다 훨씬 듣기 편한 연주로, 백혜선의 기교와 힘은 이 긴 곡의 연주에 전혀 무리가 없지만, 부분적으로 템포가 지나치게 변하는 듯한 느낌 - Innig(친근하게) 부분에서 템포를 빨리하도록 지정한 부분 등 - 이 약간 귀에 거슬린다. 라벨의 '라 발스'는 백혜선 자신의 가필본을 사용했는데, 이 음반에서 가장 좋은 내용이며, 의욕적인 기백을 느낄 수 있다. 그녀가 이 곡을 편곡한 계기가 되었다는 몽퇴의 지휘 음반을 듣지 못한 것이 아쉽다.

총체적으로, 이 음반에서 슈만과 라벨을 듣는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성적인 백혜선을 부각시키는 데는 다소 미흡하다. 반면에, 백혜선 자신의 내지 언급처럼 '항상 충실한 연주자로 남고 싶다'면 그녀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감히 백혜선에게 하나 제언을 한다면, 다양한 음색을 구사했더라면 슈만과 라벨이 훨씬 좋게 들렸으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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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10th May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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