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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전공자들을 이해하자

Previously contributed in HiTEL classical music forum, 10th May 1997
partly corrected on Oct.2000

   불행인지 다행인지(아마 다행이겠지만) 나는 음악 전공자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는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음악 방면에 - 내 경우는 피아노 실기 - 재능이 모자란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의했으며, 지금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 지금 나는 화학공학으로 밥을 벌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그럴 것이고, 음악은 여가 시간에 즐기는 취미 이상으로 되기는 힘들 것이다.

   음악을 여가 시간에 즐기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전공자들이 음악을 하는 태도를 얕보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첫째로, 음악이 취미인 사람은 '취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음악을 즐긴다'는 자세가 뚜렷하지만, 음악이 전공인 사람들은 외면적으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래서 음악을 취미로 열심히 듣는 사람들이 "음악 한다는 사람들이 음악도 별로 안 듣고 뭐냐"는 생각을 품기가 쉬울 것이다. 둘째로 우리 나라에서나 특히 부각되는 문제일지 모르지만 - 참 어려운 문제인데 - 음악 전공 교육에 정말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과(하나 알아 둘 사항은, 우리 나라 대학 교수들의 레슨비 정도면 외국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 및 교수들에게 배울 수 있다고들 한다. 우리 나라 대학 교수들의 연주력이나 가르치는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사람들보다도 더 좋다는 말인가?!!!), 음악계의 문제점이 자주 언론지상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여가만 나면 음반에 파묻혀 지내다시피 하는 사람들은 전공자들을 얕보는 경향이 상당히 있음을 나는 보아 왔다.

   하지만 나는 이런 처사가 기본적으로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음악 외의 자신의 전공이 있을 텐데, 자신의 전공에 대해 줄줄이 모두 꿰고 계신지? A란 사람이 나처럼 공학이 전공이고 취미로만 음악을 하고, 거꾸로 B는 음악이 전공이고 취미로 공학을 아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 보자(물론 B같은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B가 아무리 취미로 공학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하루에 몇 시간씩 공학에 매달려 시험 치고 문제 푸는 A에 비해서 한계점이 있게 마련이며, 정말 자세한 세부까지 가면 언젠간 '바닥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A가 음악에 대해서는, B가 공학에 대해 아는 정도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물론, 나는 프로급 아마추어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유명한 쾨헬(모차르트의 Köchel 작품번호로 유명하다)도 식물학자였대니까 말이다. 여기서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이며, 이를 독자께서 혼동하시지 말아 주시기를 바란다. 공학도인 친구끼리 일이 끝나고 만나서, 공학 얘기만 주고받겠는가? 아주 조금이거나 거의 안 하게 마련이다. 음악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 전공자가 섞인 경우, 음악 얘기만을 하기가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으리라는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점을 감안하면 음악을 취미로 하는 음악 동호회에서 전공자가 있다면 진짜 대단하지 않은가? 취미 생활의 한 부분을 일로 채울 수 있다니 말이다.

Ludwig von Köchel ; See The Köchel Catalogue

   또 하나, 전공자가 어째 더 음반을 안 사고 안 듣냐는 질문에도 내 생각을 간단히 적는다면, 위에 언급한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전공을 다듬는 데 바빠 다른 분야의 음악을 들어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많은 전공자들에게 물어 본 경험으로는 이 대답을 제일 많이 들었으며, 사실 피아노 전공자가 바이올린, 첼로, 기타(guitar) 음악을 듣기보다 자기 전공에 도움이 되는 피아노 음악을 우선 들으려 하는 점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음악 전공자들을 이해하자. 비전문가가 - 음악 행위를 소비하는 청중이 - 있어서 음악 전공자들이 '먹고 살' 수 있음은 확실하지만, 비전문가와 전문가가 서로 오해하고 있다면야 서로에게 좋을 리가 없다. 하물며, 비전문가가 잘 알지도 못하고 전문가를 얕본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ps.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겠다. '음악 전공자가 음악을 하는 마음이 없다'는 얘기는 우리 나라에서 예나 지금이나 흔한데,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내 선배의 얘기가 생각났다.

선배; (우연히 안 오보에 전공자에게) 저는 하인츠 홀리거(Heinz Holliger)를 좋아하는데, 그의 연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셔요?
전공자; 하인츠 홀리거가 누군지 저는 모르겠군요. 저는 제 선생님만 알거든요.

   내 생각에 이런 전공자는 우리 나라의 입시 제도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사례며,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100억 있어 봤자 진짜 음악 연주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됨은 확실하다. 단, 이런 사례를 침소봉대해서 전체 전공자들을 얕봐도 말이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해 놓고 싶다.

질문 하나; 공학 전공하는 사람 중에는 수업 땡땡이 쳐 본 사람 없나?

(c) 1997~ , 이영록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하시려면 우선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Last Update ; 3rd Oct.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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