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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제바스티안 바흐/페루치오 부조니(편곡)
Johann Sebastian Bach/Ferruccio Busoni

1. 부조니의 바흐 작품 피아노 편곡에 대해서

  ◀ 부조니(Photo from Hyperion CDA 66566)

    페루치오 부조니(Ferruccio Busoni, 1866∼1924)는 당시의 명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다. 그는 22세 때인 1888년부터 죽기 4년 전까지 30년 이상에 걸쳐 바흐의 작품을 피아노로 편곡하여 독일 Breitkopf und Härtel 사에서 출판했으며, 이를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그는 바흐 음악의 정신을 피아노로 옮겨 놓은 사람이다. 요즘의 시각 및 자세로 보면 그는 분명히 그가 살던 낭만주의 시대를 반영하지만,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쳄발로 및 오르간의 - 심지어 바이얼린까지도 - 어법(語法)을 어떻게 피아노에 맞춰 번역했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특히 배울 것이 많은 편곡은 샤콘느와 오르간 작품들인데, 전자의 경우 바이얼린의 특성상 암시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성부 구조들이 바깥으로 드러나 있어, H. 라이히텐트리트(Hugo Leichtentritt)같은 학자는 '부조니 편곡을 자료로 이 곡을 분석하는 편이 알기 쉽다'고까지 말할 정도이다. 그리고 오르간 편곡들은 기막힐 정도로 페달을 다채롭게 활용하는데, 이것은 피아노로 오르간 작품을 연주할 때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 자신의 말을 인용하면;

    바흐를 페달 없이 연주해야 한다는 말을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바흐의 쳄발로 작품에서는 가끔씩 페달 사용을 요하는데 반하여 편곡된 오르간 작품에서는 페달의 사용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중략) 웅장하고 충실한 오르간의 음향을 재현시키기 위한 패시지에서는 페달 사용이 필수적이다. 이 때 올라간 댐퍼들은 경과음, 변화음 등에도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르간 스톱을 풀 오르간(Full organ)으로 해 놓으면 각 음을 칠 때마다 5도나 8도는 물론, 3도, 7도까지도 전부 혼합되어 들리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피아노에서 이런 효과는 페달을 사용해야만 가능하다. [In an appendix to Volume I of his performing edition of the Well-Tempered Clavier, 'On the Transcription of Bach's Organ Works for Pianoforte'(New York, Jan. 1894, G.Schirmer edition)]

2. 편곡 작품에서 부조니의 페달링

   부조니는 그의 편곡에서 세 페달 모두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는 "진짜 오르간의 효과는 세 페달을 결합해서 사용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오르간의 페달 음을 위해, 그는 스타인웨이 피아노의 소스테누토 페달(그랜드 피아노의 중간 페달)을 사용한다. 왼편 악보는 '전주곡과 푸가 D장조 BWV.532'에서 발췌한 것으로, 그가 오르간의 발 건반의 지속음 효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소스테누토 페달을 사용했는지 보여 준다. 물론, 이 페달은 윗 성부를 흐리게 하지 않으면서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그가 이 페달이 없는 피아노에서 연주할 때는 중간 페달 대신 오른편 페달을 사용했는데, 일부 유럽산 피아노에는 지금도 스타인웨이의 특허 기술에 의한 이 페달이 없기도 하며, 뵈젠도르퍼(Bösendorfer) 피아노사에도 현재까지 2-페달과 3-페달 모델이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의 의견으로는, 왼편 페달은 단지 음량을 줄이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음색을 바꾸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 즉, 오르간 스톱의 변화에 따라 음색이 바뀌는 것을 표현하는 데 이 페달은 적합하다.

   특히, 'echo effect'가 이 페달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이 효과를 '성 안나' 푸가(BWV.552)의 전주곡에서 사용한 예를 위의 악보에서 볼 수 있다.
   부조니는 세 페달을 동시에 사용하는 기법이나 실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한 일이 없지만, 위의 말로 보아 가능하다면 권장했을 것이 틀림없다(중간 페달과 왼편 페달을 왼쪽 발로 동시에 사용하는 기법은 퍼시 그레인저 Percy Grainger 가 추천하고 권장한 것이다).

    그가 남긴 오르간 작품의 편곡들은 BWV.552 외에 BWV.532,564,565 등의 '∼와 푸가'들과, BWV.639,659 등의 코랄 전주곡들이 있는데, 굉장한 '샤콘느'의 편곡과 함께 모두 연주회에서 잘 연주되는 좋은 편곡들이다.

References

  1. Joseph Banowetz, The pianist's guide to pedaling, Indiana University Publishing, 1985
  2. Ates Orga and Nikolai Demidenko, Liner Note of Hyperion CDA 66566, 1992

    3. 바흐/부조니 편곡 음반 소개

    피아니스트들이 상당히 자주 채택하는 레파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부조니 편곡들만 모은 음반은 좀체 보기 힘들다.

    1. 마리아 티포(EMI CDC 7 49066 2)
  • 전주곡과 푸가 E♭장조 BWV.552, 샤콘느 BWV.1004-5, 토카타와 푸가 BWV.565, 토카타,아다지오와 푸가 BWV.564, 전주곡과 푸가 BWV.532
  • 녹음 ; 1988년 2월 8~10일, 파리 바그람 홀

    자주 연주되는 오르간 편곡은 거의 모두 수록했고 샤콘느도 있으므로 선곡은 가장 좋다(연주 시간상 코랄 전주곡들을 못 듣는 점은 아쉽지만). 하지만 전반적으로 템포가 너무 느리며, 오르간에서 들을 수 있는 호쾌한 맛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2. 니콜라이 데미덴코(Hyperion CDA 66566)
  • 토카타와 푸가 BWV.565, 토카타,아다지오와 푸가 BWV.564, 전주곡과 푸가 BWV.552, 카프리치오 BWV.992, 코랄 전주곡 BWV.639,659,734
  • 녹음 ; 1991년 8월 27,28일, 런던 위그모어 홀

    샤콘느와 BWV.532가 없지만 카프리치오와 유명한 코랄 전주곡 3곡이 들어 있으며, 하이페리온의 음반답게 내지 해설이 매우 충실하다. 연주는 티포와는 정반대로 호쾌한 맛은 있는데, 너무 낭만적이고 자의적인 감이 난다. 어차피 편곡의 연주이긴 하지만, BWV.552의 전주곡 끝 부분에 첨가한 카덴차 같은 것은 다소 지나치지 않을까.

    참고로 근래 백건우가 Decca에서 코랄 전주곡 10곡과 샤콘느, 토카타-아다지오와 푸가 BWV.564의 음반을 냈음을 부기한다. (아직 듣지 못해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부조니 편곡의 연주는, 리사이틀 음반이나 부조니 편곡에 국한되지 않고 바흐 곡을 모은 음반에 끼어 있는 수가 많고, 오히려 이런 것 중 좋은 연주가 많다. 몇 개를 추천하면

    1) 전주곡과 푸가 D장조, BWV.532
  • 길렐스(Melodiya-JVC VICC 2087,88, Music & Arts CD 773)
  • 녹음; 1969년 2월 2일, 뉴욕 카네기 홀(live)

    '카네기 홀 리사이틀'이라는 제목으로 발매된 이 음반은 실황의 완벽한 길렐스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BWV.532의 연주는 섬세함과 힘을 겸비했으며, 그의 매우 아름다운 음색과 놀랄 만한 강주(ff)의 위력은 부조니의 편곡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큰 스케일로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다. 베토벤 '월광'과 변주곡 WoO.80도 스케일이 큰 연주다.
   
    2) 토카타, 아다지오와 푸가 C장조, BWV.564
  • 호로비츠(Sony Classical S3K 53461, 3CD)
  • 녹음 ; 1965년 5월 9일, 뉴욕 카네기 홀(live)

    이 음반은 12년 만에 연주회에 돌아온 그의 역사적인 기록으로, 모든 피아노 리사이틀 음반 중에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 연주회의 첫 프로그램이 바로 BWV.564였는데, 처음의 쉬운 양손 유니즌에서 큰 실수를 할 정도로 긴장했던 호로비츠가 점차 평상을 찾아가는 모습이 생생하다. 그의 다채로운 음색으로 부조니의 편곡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그가 의도했던 오르간다운 음향이 선명하다. 다음 곡들인 슈만의 환상곡이나 쇼팽, 스크리아빈의 곡들도 모두 아름답다. 같이 붙은 66년 실황녹음들도 모두 훌륭하며, 꼭 권하고 싶은 피아노 음반이다.
   
    3) 샤콘느 d단조, BWV.1004-5
  • 베네데티-미켈란젤리(EMI CDH 7 64490 2)
  • 녹음 ; 1948년 10월 27일, 런던 애비 로드 3번 스튜디오

    미켈란젤리가 19∼28세 때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녹음한 것들을 모은 음반인데, 첫 곡인 샤콘느는 정확하기 짝이 없는 기술과 확고한 연주로 인상이 매우 강력하다. 물론 음질은 좋지는 않지만, 스케일이 크고 장려한 연주는 그가 28세의 나이에 이미 거장의 실력을 갖추었음을 알려 준다. 후의 실황녹음(Music & Arts, 73년)은 강렬한 인상이라는 점에서 이 첫 녹음을 따를 수 없다.
   
    4)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d단조, BWV.903 외

    어쩐 일인지 피셔의 이 보석 같은 음반은 제대로 CD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이 LP의 수록곡은 BWV.903,904,906,912,922, 코랄 BWV.639, 아다지오 BWV.974-2, 현악합주를 지휘한 평균율 1집 a단조 푸가(편곡)와 에어인데, BWV.903,904,906은 CDH 7 64928 2로 나왔다가 폐반되었고, BWV.639,903,904,922가 Philips Pianist Series의 피셔 1편에 있으며, Pearl에서 평균율 등에 붙어 서너 곡이 보일 뿐이다. BWV.903,912의 강렬함은 극히 인상적이며, BWV.639의 음색은 정말 종소리같이 아름답다. 이 외에 BWV.552의 녹음도 있는데, EMI 본사에서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고 Pearl과 Naxos로만 구할 수 있다.
   

    5) 코랄 전주곡 ; BWV.639,659 등

    BWV.639, 659는 부조니 편곡 중 가장 많이 녹음되는 축에 들어갈 텐데, 우선 '시칠리아노' 등의 유명한 곡들이 있는 리파티(EMI CDM 5 67003 2)와,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이탈리아 협주곡 등이 있는 브렌델(Philips 412 252-2)을 들어보도록 권한다(브렌델에게는 디지탈 시대의 신반도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BWV.639만이라면 피셔의 녹음이 최고인데, Philips Pianist 시리즈 중에 있다(아쉽게도 내가 가진 LP보다 소리가 좀 못하다. 내 후진 system에서도 그랬다). 호로비츠의 BWV.639 녹음(Sony SK 48903)도 그의 개성이 반짝이는 좋은 연주다.

덧붙임 ; 부조니 편곡 외에도 바흐를 편곡하여 피아노로 연주한 음반은 많다. 그 중 꼭 추천하고 싶은 것으로는 켐프 자신의 편곡이 들어간 음반(DG 439 108-2와 Double 음반)과 니콜라예바의 녹음(Melodiya)이다.

Links

  1. 페루치오 부조니의 홈페이지(Japanese) ; 메인 페이지는 일어지만, 부조니 작품의 디스코그라피는 영어이며, 물론 바흐 편곡의 음반들도 수록했다.

(c) 1999~, 이영록 ; 링크는 자유지만, 인용하시려면 우선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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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28th Feb. 2000
Last Update ; 26th Sep.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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