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리히터 바흐 오르간 선집(Decca) ; 이영록의 음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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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바흐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565
  환상곡과 푸가 g단조, BWV.542
  전주곡과 푸가 e단조, BWV.548
  파사칼리아 c단조, BWV.582
  코랄 전주곡 4곡
  칼 리히터(org)
  녹음 ; 1954, 빅토리아 홀, 제네바
  Decca Classic Sound DD 5154(455 291-2)

Contributed to Audio & Records, p.170, Feb. 1998
Partly Corrected on May 2001

칼 리히터는 젊은 시절에 주로 Decca(또는 Teldec)에서 녹음하다가, 1958년의 마태 수난곡 녹음(Archiv)을 계기로 DG로 이적했다. 이 음반은 그의 가장 초기인 1954년 10월의 녹음으로, 원래 LP 2장이던 것을 합쳤다. 이 중 코랄 전주곡을 제외한 4곡은 이미 성음에서 SD RD 530(LP)으로 발매했었다. 나는 전에는 이 녹음을 이 라이센스로 들었는데, 매스터의 음량 포화 때문인지 라이센스 음반 제작의 잘못인지 음의 왜곡이 너무 심해 들을 때마다 신경질이 났었다. 이 '클래식 사운드' 시리즈의 라이선스는 훨씬 들을 만 하나, BWV.542의 첫 부분 등에서 음량 포화로 인해 소리가 찌그러지는데, 아무래도 원 매스터 테이프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리히터는 이 곡들의 대부분을 후에 DG에서 재녹음했는데(DG 431 866-2인데, 독일 local 발매로 인터내셔널 카탈로그에는 없다. 총 CD 3장 분량인데, 현재 이 중 1장 정도만 인터내셔널 카탈로그에 실려 있다),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템포가 느려지는 것과는 반대로, 놀랍게도 이 Decca 녹음 쪽이 템포가 꽤 느리다. 특히 푸가에서 명백한데, 재녹음의 경우 전주곡과 푸가 BWV.548에서는 빠른 템포로 인해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칠 정도이다. 이 Decca 녹음은 그보다는 좀 느린 템포로, 그가 연주하는 제네바 빅토리아 홀의 오르간은 집중력 있는 힘과 장대함을 들려주며, 파사칼리아 BWV.582에서는 다양함 속에서 푸가 끝의 압도적인 장대함, 환상곡과 푸가 BWV.542에서 환상곡 끝의 큰 표현과 종지 화음의 장대함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런 표현은 재녹음에서는 빠른 템포의 격한 표현으로 바뀐다. 발햐의 스테레오 전집(Archiv)과 같은 선명하고도 단정한 청명한 표현은 다소 부족하지만, 젊은 박력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연도상 녹음이 좀 못마땅한 것은 할 수 없다. 아쉬운 점을 하나만 더 언급하자. 요즘 대부분의 음반 해설지는 사용한 오르간의 디스포지션(disposition)을 수록해 준다. 이것은 오르간의 스톱[음색을 바꾸는 장치]이 어떤 건반에 어떻게 배치되었는가를 알려 주는 중요한 정보이다. 이 음반의 원래 해설에는 이것이 없다. 마리-클레르 알랭(Marie-Claire Alain)의 프랑크 오르간 작품집 음반(Erato 0630-12706-2)은 연주에 어떤 레지스트레이션(registration; 스톱을 어떻게 조합하여 사용했나)을 사용했는지도 나오는데, (이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이 Decca 원 음반의 해설에서도 빅토리아 홀 오르간의 디스포지션이 빠진 것은 아무래도 아쉽다고밖에 할 수 없다.

참고 ; 헬무트 발햐가 녹음에 사용한 오르간의 디스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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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10th May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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