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브렌델의 베토벤 소나타 신녹음 ; 이영록의 음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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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5번 c단조 op.10-1, 6번 F장조 op.10-2, 7번 D장조 op.10-3
  30번 E장조 op.109, 31번 A♭장조 op.110, 32번 c단조 op.111
  알프레드 브렌델(p)
  Philips DP 4572(446 664-2, 5∼7번), DP 4585(446 701-2, 30∼32번)
  녹음; 1995년 2월 프랑크푸르트(5,6번), 3월 노이마르크트(7번), 독일
  1995년 12월 말팅즈(31,32번), 1996년 2월, 헨리 우드 홀(30번), 영국

Contributed in Classical Music, p.130, Vol.4, Feb. 1997
Partly Corrected on Apr. 2001

브렌델의 세 번째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의 완결편으로, 이로써 그는 켐프 다음에 최초로 베토벤 전집 3회 완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피아니스트가 되었으며, 이것만으로도 베토벤 연주사에 한 이정표를 세웠음이 분명하다(참고로, 2회 완성한 사람도 내가 아는 한은 굴다와 바렌보임 뿐이다. 박하우스와 아라우는 재녹음에서 1,2곡 정도 빠뜨렸으며, 제르킨과 리히테르, 길렐스는 한 번도 완성시키지 못했다. 길렐스가 완성시키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다).
브렌델은 베토벤의 소나타를 항상 신중히 접근한다. 안정감 있는 그의 연주는 베토벤에서 항상 신뢰할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지만, 내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브렌델 특유의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한 점이다. 그의 음색이 풍부하고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브렌델의 음색'이 없다. 리히테르는 그 점을 고도로 개성적인 해석으로 극복하고 있지만, 브렌델의 해석은 그 정도로 자신의 약점을 보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 판단으로는 브렌델의 기교는 스승인 에트빈 피셔보다 결코 못한 수준이 아닌데, 그러면 자신 특유의 음색을 계발할 만 하지 않을까? 피셔나 박하우스, 켐프는 베토벤 연주에서 해석과 음색 모두를 갖춘 연주자였기 때문에, 내가 브렌델을 이 거장들과 동렬로 놓기 망설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어차피 브렌델은 벌써 60대 중반이니 그에게서 또다른 어떤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브렌델이 취한 방향에서 그의 새 베토벤 음반들이 어떤 정도의 완성도를 갖고 있는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두 장의 음반은 초기 작품인 op.10의 3곡과 마지막 소나타 3곡을 담고 있는데, 1995년과 1996년의 연주를 담고 있으며 실황녹음까지 들어 있으므로 그의 최근의 베토벤 해석을 듣는 데는 가장 적당하다.
   그의 초기 소나타 연주는 매끄럽다. 5, 6번의 연주가 실황으로, 실황인 것을 고려할 때 아주 완벽하여(실황도 리허설과 같이 편집하니, 편집을 의심해 볼 만 하다) 흠은 거의 볼 수 없다. 5번 c단조의 연주는 의외로 템포가 빠른 1악장과 아주 느리게 연주한 2악장의 대조가 돋보이며, 7번 D장조는 1악장과 끝악장에서 안정감 있는 그의 연주가 충분히 호소력을 갖는다. 2악장을 너무 느리게 연주한 감은 있지만 - 자그마치 10분 28초나 되어 내가 들은 이 곡의 어느 2악장 연주보다도 느리다 - '모든 것이 충분히 제자리에 놓여 있는' 연주다. 굳이 문제점을 찾아내려 노력한다면, 너무 정돈되어 있어서 약간 답답한 감이 들 정도라는 것이다.
   후기 소나타도 전체적으로는 거의 초기 소나타와 비슷하게 잘 정돈된 연주이다. 나는 31번 연주가 이 세 곡 중 가장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음 하나하나와 이 곡의 아름다운 선율들이 잘 살아난 연주이다. 군데군데 아껴 쓰는 루바토가 잘 들어맞으며, 특히 3악장의 '탄식의 노래(Klagender Gesang)'의 아름다움은 다른 명연주들에 못지 않다. 반면에 32번은 다소 실망스러운데, 페달링이나 주법이 내 취향에 약간 어긋나는 점이 보이며, 특히 1악장의 제시부에서 다소 힘찬 리듬 및 강약을 보였다면 훨씬 내가 좋게 평할 수 있었을 것이다. 30번은 코바체비치의 연주(EMI)와 많이 대조된다. 스포르찬도(sf)도 결코 날카롭지 않으며 전체적인 감이 둥글지만, 3악장 2변주의 스타카토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다소 무거운 감이 걸린다. 하지만 1변주에서 보는 것처럼 충분히 노래하는 듯한 꾸밈음의 처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틀에 박히지 않는 자유를 유지하고 있다. 가끔 페달링 때문에 음향이 약간 흐려지는 부분이 있어 아쉽지만, 전체의 인상에는 그다지 해를 주지 않는 사소한 결점이다.
   이 녹음의 가장 큰 적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브렌델 자신의 구반(역시 Philips)인데, 유명한 소나타들과 후기 소나타를 Duo 시리즈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구반의 30∼32번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후기 소나타들에서 느린 템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내게는 구반의 약간 더 빠른 템포 설정이 마음에 들었지만, 객관적으로 말하면 구반과 신반의 우열을 굳이 가리기가 힘들었다. 음색은 신반이 약간 더 명확한 편이다(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는데, 이것이 라이선스로 발매할 때의 문제점이 아니었으면 한다). 구반도 70년대 초반의 녹음인 만큼 음질도 좋기 때문에, 이 신반의 발매가 내게 아주 매력적이지는 못했던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아, 브렌델은 자신이 취한 방향에서는 이미 Philips에서 녹음한 2개의 전집에서 거의 할 말을 다 한 것 같다. 어느 곡이건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들려 주고 다듬을 데까지 다듬었으며, 녹음할 때마다 숙고했으며(30번 3악장 변주 주제의 꾸밈음을 처리한 방법을 보자),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그가 올해 66세인 만큼, 오래 산다면 앞으로도 전집을 다시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욕심을 부리자면 그 때는 이 두 녹음과는 다른 방향을 선보였으면 한다. Philips의 두 녹음의 방향으로는 이 이상 브렌델이 추구할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두 라이선스 음반에서 하고 지나갈 말이 내지이다. 모두 윌리엄 킨더만(William Kinderman, 1995년 Oxford & Berkely간행 'Beethoven'의 저자이다)의 훌륭한 곡 해설을 원문으로 실었는데, 5∼7번은 번역이 빠져 있고, 30∼32번은 번역이 있지만 오식 및 오역이 많고, 악보 예시도 빠져서 차라리 원문을 보는 편이 낫다. 라이선스 내지의 우리말 해석은 언제나 좀 다듬어져서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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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30th Ap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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