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테르 '전람회의 그림'과 차이코프스키 소나타; 이영록의 음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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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대 소나타 G장조 op.37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리히테르(p)

녹음; 1956(차이코프스키), 1958(무소르그스키)
Melodiya 74321 29469 2

Contributed in Auditorium, p.157, May 1998
Partly Corrected on Apr. 2001

   리히테르의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DG)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이 녹음을 들어 보시기 전에 그가 차이코프스키를 접근한 방향을 그 녹음 하나로 한정시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DG 녹음은 스케일은 크지만 세부는 부드러운 색조를 띠는데 반해, 이 녹음은 격렬하기 짝이 없으며 첫 마디부터 감상자를 마구 밀어붙인다. 네 악장을 일관하는 생기와 긴장감은 독특하며, 격변하는 강약과 기분, 놀랄 만한 강한 표현력은 다소 관현악을 흉내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작법과 함께 이 소나타에서 마치 교향곡을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다지 녹음이 흔치 않은 이 곡을 처음부터 이렇게 '화끈한' 연주로 듣는 편이 오히려 곡에 흥미를 갖는 데 좋을지도 모르겠다.
   '전람회의 그림'은 같은 해인 1958년 2월의 그 유명한 소피아 실황(Philips 420 774-2)과 비교해야 하는데, 물론 차분함과 세부까지 연마된 완성도, 녹음이라는 면에서는 이 스튜디오를 택해야 하지만, 소피아 실황에는 정말 청중 앞에서 분위기에 빠져들어 불을 토하는 용 같은 젊은 리히테르의 처절한 박력이 넘쳐흐른다. 실황 쪽은 과격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강렬한 국면 전환이나 열띤 분위기의 마력이 대단하다. 이 스튜디오 녹음이 시원찮은 연주여서가 아니라 소피아 실황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좀 나쁜 음질과 실황의 실수를 감안해도 '리히테르의 전람회의 그림'이라면 소피아 실황 쪽을 택하고 싶다.
   전체적인 녹음 상태는 차이코프스키가 군데군데 음량이 고르지 못한 점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들을 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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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7th Ap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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