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변주곡집; 카치올리 - 이영록의 음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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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변주곡집 WoO.72,73,75,76,79, op.34,76, 안단테 파보리 WoO.57
   카치올리(p)
   DG 457 613-2
   녹음; 1996/9, 1997/2

Contributed in Auditorium, p.170, May 1999
Partly Corrected on Apr. 2001

카치올리는 1979년 이탈리아 튜린 태생의 피아니스트이다. 1994년 밀라노의 움베르토 미켈리 콩쿠르에서 1등을 한 후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DG와 독점 계약한 것은 1995년이다. 데뷔 음반은 바흐/부조니에서 프로코피에프까지 수록된 리사이틀집이고, 이 음반은 세 번째이다. 녹음 시기가 플레트뇨프의 변주곡과 바가텔집(DG 457 493-2)과 거의 같고, 겹치는 곡은 안단테 파보리와 op.34 뿐인 것으로 보아 기획할 때부터 곡을 나누어 녹음한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카치올라의 연주를 요약하면 '악보 뒤에 살짝 숨어 있는 모범생'이다(이런 이미지는 CD 재킷 사진에서도 엿보인다). 섬세한 표현력을 갖추었고, 악보 그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훌륭하다. 문제는 이런 능력이 '카치올리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데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플레트뇨프의 음반에는 그의 음악이 있었고, 머스토넨의 음반(Decca, 2장으로 발매)도 -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 개성은 사줄 만 했다. 이 음반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어느 곡이나 다 느낌이 그렇지만, 비교적 자주 연주되는 op.34에서 비교해 보자. 굴드(Sony)의 놀라운 독창성까지는 바랄 수 없지만, 플레트뇨프의 낭만성이나 머스토넨의 '튀는 느낌' 정도의 개성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베토벤의 전매특허 같은 'crescendo - p'의 강약이 불분명하게 처리된 곳이 많아, 연주를 평면적으로 들리게 만든다. 베토벤의 초기 작품들이 많아 '고전적인 양식'에 너무 신경을 쓴 느낌인데,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난 슈나벨, 박하우스, 켐프, 제르킨, 리히테르, 피셔 등은 결코 악보를 소홀하게 대하지 않으면서도 훨씬 모험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직 20세에 불과한 카치올리의 녹음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음반에서 보여 준 기본기로 어떻게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킬 것이냐 하는 점이 그에게는 앞으로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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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 18th Ap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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