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말한 것처럼, 푸르트뱅글러와는 거의 모든 것이 정반대 방향인 연주. 뉴욕 필하모닉과 연주한 모노랄은 이 스테레오 녹음과 여러 모로 다르며, 불과 8년의 차이가 연주 스타일에서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온 흔치 않은 사례이다. 브람스 자신이 이 곡을 지휘했을 때에 들은 평인 ‘늦은 가을의 정서’를 가장 훌륭하게 재현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브람스의 다른 스테레오 녹음으로는 ‘하이든 주제 변주곡’도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아름답다.

　발터는 스튜디오 녹음으로 78회전(빈 필하모닉), 이 녹음(모노랄), 그리고 뉴욕 필하모닉(스테레오)의 세 종류를 남겼는데, 음질 면에서는 스테레오가 다소 나을지 몰라도 발터 자신이 적극적으로 세계에 알린 목소리인 페리어의 명창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단연코 없다. 　

　그의 온화한 손길이 다듬어 낸 기막힌 연주다. Naxos에서 나와 있는 1936년의 빈 필하모닉 연주에 비하면 훨씬 유연하고 느긋한데, 발터의 이런 변화가 전원 교향곡의 일반적인 이미지에 잘 들어맞으며, 부드럽고도 상쾌하다. 스테레오 음장감이 약간 부자연스러운 감은 있지만, 모든 결점을 잊게 해 줄 정도로 장점이 많은 연주다.　

　이 시기의 다른 녹음으로 슈베르트(미완성)나 말러(부활), 브루크너(로맨틱), 드보르작(8번)의 녹음을 고려했지만 이것을 고르지 않을 수 없다. ‘군대’라는 부제에만 신경 쓴다면 발터가 들려 주는 이 곡의 측면을 생각해 보기도 힘들 것이다. 발터의 만년 스타일이 전원과 브람스 4번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게 결정된 연주이다.
　

　그가 오페라 가수 및 합창단을 잘 다룬다고 정평이 나 있었으며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음을 감안하면, 오페라 전곡 녹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 현재 이 녹음이 그래도 보기 쉬운 편인데, 비록 해석과 앙상블이 약간 고르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실황 오페라를 어떻게 끌고 나갔는지 참고가 될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이고 플라그스타드와 키프니스의 노래가 빛나지만, 동시대의 미국 Columbia 스튜디오 녹음에 비해 아무래도 음질이 조악하다. 1962년에 계획되어 있었다던 전곡 스튜디오 녹음이 발터의 사망으로 무산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