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베토벤은 중요한 거의 모든 관현악 레파토리를 들을 수 있지만, 그 중 이론의 여지 없이 훌륭한 것으로 피델리오를 빠뜨릴 수 없다. 분위기 변화에 따른 기복에서는 푸르트뱅글러에 약간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다른 베토벤에서 그렇듯이 전체적인 웅건한 음향과 흔들림 없는 진행은 대단하다. 캐스트는 당연히 이 정도면 60년대 최상이라 말할 정도다. 뵘/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DG)처럼 격렬한 긴장감은 없다고 해도 60년대를 대표하는 연주로서 손색이 없다.

　내가 알기로는 클렘페러가 프랑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스튜디오 녹음은 딱 두 개 있다. 그 중 하나인 이 녹음은 오이스트라흐의 유창하면서도 강렬하고 스케일이 큰 독주와 클렘페러의 위화감 없는 뒷받침으로 오래 전부터 정평이 높았다. 오이스트라흐가 9년 뒤 조지 셀과 다시 녹음을 했지만 이 구반의 인기에는 거의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의 멘델스존은 결코 무식하게 묵직하게만 밀어붙이지 않았으며, 장기인 두께 있는 음향을 살리면서 너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 기분 좋은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멘델스존에 특유한 날아갈 듯한 스케르초, 녹턴의 꿈꾸는 분위기나 결혼 행진곡의 장려한 솜씨는 대단히 돋보인다.

　로맨틱의 명연주로는 뵘/빈 필하모닉(Decca)이 여유와 품위를 갖춘 장대한 연주로 정평이 있지만, 클렘페러는 강력한 정열로 상당히 다른 느낌을 들려준다. 템포도 상대적으로 많이 느리지 않고, ff에서 강하게 쏘아대는 금관의 성향과 리듬도 마찬가지다.

　마태 수난곡 연주가 더 유명하기는 하지만, 나는 일반적으로 b단조 미사에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십자가에 못박혀’를 극도로 느린 템포로 잡고 다음 ‘사흘만에 부활하여’와 분위기를 대조시킨 것이 그의 특징적인 표현이다. 이 부분에서는 리히터의 날렵한 표현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더 중량감이 있는 클렘페러의 연주도 충분히 기쁜 감정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