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reat German Songs' ; 무어(p) (Toshiba-EMI TOCE-7295)
   슈베르트 ; '음악에 바침' D.547, '봄에' D.882 등 9곡
   슈만 ; '달밤' op.39-5, '두 사람의 저격병' op.49-1 등 5곡
   R.슈트라우스 ; '오, 나는 불행한 사람' op.21-4 등 2곡
   녹음; 1957년

   슈베르트 중 '비밀(Geheimes)', '내 인사를 그대에게(Sei mir gegrüßt)', '저녁놀 속에(Im Abendrot)'의 3곡은 본사 복각의 '백조의 노래'(EMI CDH 5 65196 2)와 같이 붙어 있는 녹음과 동일하며, 나머지는 녹음 연도가 다르다. 단 이 음반은 스테레오 소스를 사용한 데 비해, 본사 복각은 모두 모노랄 소스를 사용했다는 것만이 차이점이다. (참고로, 당시에는 일반 가정용 재생 기기는 모노랄이었기 때문에 가정용 모노랄 마스터와 실험적인 스테레오 마스터를 동시에 만드는 일이 많았다. 카라얀 지휘 '장미의 기사'는 두 가지 마스터로 제작한 CD가 모두 EMI의 카탈로그에 올라 있는 드문 경우다)
   잘 부르기가 지극히 까다로운 '음악에(An die Musik)'의 연주는 EMI CDH 5 65196 2에 실린 1949년의 녹음과 그다지 큰 차는 없다. 흐름이 자연스러우며, 시의 맨 마지막 행에 중심을 둔 해석으로, 슈바르츠코프/피셔의 음반(EMI)에 비해 더 폭넓은 표현이 두드러진다. '저녁놀 속에'는 다소 음색을 밝게 표현했으며, 두 사람이 모두 차분히 억제하며 연주한 것이 효과적으로 정적인 아름다움이 넘친다. '내 인사를 그대에게'는 반대로 강하고 정열적인 표현이 확고하다. '보리수(Der Lindenbaum)', '세레나데(Ständchen)', '이별(Abschied)'은 해당 가곡집의 전곡반의 연주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데, '이별'의 4,5절이 생략된 것이 안타깝다.
   슈만의 곡들은 이 음반에서만 들을 수 있어 귀중하다. '달밤(Mondnacht)' 같은 곡도 딱딱함 없이 자연스럽지만, 뭐니뭐니해도 유명한 '두 사람의 저격병(Die beiden Grenadiere)'의 굵은 목소리가 이 리사이틀집에서는 가장 잘 어울린다. R.슈트라우스의 곡에서는 무어의 피아노가 돋보인다.

   이 음반은 호터 전성기의 녹음으로, 일제 음반의 제작 상태가 다소 히스 잡음이 큰 점이 아쉽지만, 가곡 리사이틀 음반으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다. 도시바-EMI에서 이 음반을 폐반시키지 않았다면, 한국 EMI에서 수입하여 발매해 주었으면 하고 개인적으로 바란다. [ 이 음반의 내용은 현재 Testament SBT 1198(CD)에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다. 아쉽게도 일부만 스테레오 소스, 약 2/3 이상은 모노랄 소스를 이용하여 복각했다. ]

   
2. 슈베르트 '겨울 여행' ; 베르바(p) (DG 410 570-2, POCG-3037)

   이 녹음은 DG 본사에서 나왔던 1942년의 녹음과는 다르다. 호터의 이 곡 녹음은 모두 4종류를 구할 수 있다.

1) 미햐엘 라우햐이젠(p), 1942/43년 [ DG ]
2) 제럴드 무어(p), 1954년 (EMI)
3) 에릭 베르바(p), 1961년 (DG)
4) 한스 도쿠필(p), 1969년 (Sony)

   1)의 DG 발매는 지금 폐반되었으며, M&A와 Preiser 발매는 보기 힘들다. 4)는 국내 라이선스로 나왔으나 지금은 역시 보기 힘들다. 베르바와 녹음한 DG 음반의 CD는 일본에서만 볼 수 있으므로, EMI의 모노랄 녹음만 현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셈이다.
   나는 그의 전성 시대의 두 녹음(1954년과 1961년)을 들을 수 있었는데, 담담하면서도 선이 굵고, 체념에 잠긴 느낌을 잘 전달하는 연주다. 물론 휘쉬, 피셔-디스카우나 프라이 같은 밝은 바리톤과 느낌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목소리의 질 뿐이 아니다. 휘쉬의 음반을 들어 보면 호터에 익숙한 사람이 듣기엔 '(약간 목소리 및) 표현이 가볍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휘쉬의 표현을 본받은 듯한 곳도 눈에 띄는데, 제 18곡 '폭풍의 아침(Der stürmische Morgen)'의 'so recht nach meinem Sinn!'에서 목소리를 쓰는 방법은 두 사람이 명백히 유사점이 있다.
   그의 EMI 녹음과 이 DG 신반을 비교하면, 전자가 이 가곡집의 다양성을 집중하여 추구한 느낌인데 비해 후자는 전체적인 표현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중시한 느낌을 준다. 부분적으로는 템포에도 원인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구반이 신반에 비해 각 곡의 템포의 대조가 크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빠른 템포의 제 4곡 '마음이 굳음(Erstarrung)'과 느린 템포의 제 21곡 '여인숙(Das Wirtshaus)'에서, 연주 시간은 구반이 2:47, 4:18인데 신반이 3:14, 3:19이니 차이가 상당히 크다]. 목소리는 구반이 좀 더 밝고 집중되어 들리며, 신반은 피아노의 음향과 함께 약간 확산된 느낌이며 좀 어두워진 경향을 보인다(녹음 탓도 있는 것 같다). 두 녹음이 이런 차이점이 있지만, 모두 깊게 가라앉은 호터의 목소리와, '보리수', '이정표(Der Wegweiser)', '여인숙' 등에서 보이는 차분하고 안정된 표현이 곡과 잘 어울리는 '회색빛의 연주'이다. '봄 꿈(Frühlingsstraum)'의 끝에서 호터가 표현한 아련한 감정의 스러져감은 내게는 - 특히 신반에서 - 지극히 인상적이었다. 둘 다 좋은 연주지만, 나는 녹음이 더 좋고 전체적으로 느낌이 통일된 신반을 권하고 싶다.(이 스테레오 녹음은 2003년 현재 DG 본사의 호터 Original masters 시리즈 중 하나로 발매되었고, 곧 '이 한 장의 명반' 시리즈로 라이선스 낱장으로 나왔다)

   후에 호터 인터뷰 기사에서 본 얘긴데, 호터는 반주자 베르바를 음악가로는 높이 평가했으나 이 녹음을 했을 때에는 서로 의견이 잘 일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선지 이 DG 녹음에 대한 그의 평가도 그리 좋지만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녹음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합창'의 바이로이트 실황도 처음에는 푸르트뱅글러 자신이 발매를 반대했기 때문에 그의 사후(死後)에야 발매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전설적인 연주가 말이다.

※ 참고; 이 가곡집의 제목 'Winterreise'는 어디까지나 '겨울 여행'으로 해석해야 한다. 독일어 'Reise'의 뜻은 '여행'이며, '여행자'가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만 '겨울 나그네'로 해석하는데, 이것은 오역이다(일본은 '冬の旅'이니 오역이 아니다).

3. 볼프, 뢰베 가곡 ; 무어(p) (EMI Références LP 2912801)
볼프 ; 3곡의 미켈란젤로 가곡, 3곡의 '하프 타는 사람' 등 20곡
뢰베 ; '마왕' op.1-3 등 4곡
녹음; 1951, 1953, 1957년, 애비 로드 스튜디오, 런던

   호터는 당대에 피셔-디스카우 및 슈바르츠코프와 함께 첫손 꼽는 볼프 가수였지만, 이상하게도 아직 CD로는 녹음이 전혀 재발매되지 않았다. 볼프로는 1951∼57년의 전성기에 EMI에 녹음한 이 음반의 20곡과, 다음에 소개할 Decca음반의 17곡이 있는데, 이 중 8곡이 겹치므로 곡 수는 전부 29곡이다. 물론 피셔-디스카우 및 슈바르츠코프에 비하면 숫자는 적지만, 그의 리트 녹음 수를 감안하면 슈베르트 다음으로 많은 수이다.
   전체적으로 호터의 다양한 표정의 변화는 볼프가 역점을 둔 가사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가장 친근하기 쉬우며 유머가 넘치는 곡인 '북치는 병사(Der Tambour)'의 따스함, '아나크레온의 무덤(Anacreons Grab)'의 평온하며 잔잔한 분위기에서 '음악가(Der Musikant)'와 '도보 산책(Fussreise)'의 경쾌함 등, 충분히 볼프 가곡의 정묘함을 즐길 수 있다. 3곡의 '미켈란젤로 가곡집'의 진지한 표현은 상당히 인상이 깊으며, '인간의 한계(Grenzen der Menschheit)'와 '프로메테우스'의 큰 스케일은 호터가 비범한 볼프 가수였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뢰베의 가곡 4곡 중에서 주의깊게 들어야 할 곡은 물론 '마왕(Erlkönig)'인데, 슈베르트와 같은 가사로 작곡했기 때문에 좋은 비교가 된다. 세 사람(아이, 아버지, 마왕)의 목소리를 바꾸어 나타내는 솜씨에서 호터의 전성기의 '목소리 연기'를 즐길 수 있다.

   이 LP는 총 수록 시간이 74분 가까이나 되므로, CD용으로 기획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마 시일이 지나면 역시 Références CD로 발매될 것 같다. [ 지금은 Testament SBT 1197에 볼프 가곡 21곡 - '아나크레온의 무덤'은 두 번 녹음되었다 - 과, SBT 1198로 뢰베 가곡 6곡이 나눠져 발매되었다 ]

   
4. 한스 호터의 예술 ; 파슨즈(p) (Decca 6.48277, 2LP)
   브람스 ; '무덤 가에서' op.105-4 등 3곡
   뢰베 ; '결혼의 노래' op.20-1등 4곡
   슈베르트 ; '지옥의 영혼들' D.583, '백조의 노래' 4곡 등 8곡
   R.슈트라우스; '오, 나는 불행한 사람' op.21-4 등 6곡
   볼프 ; 3곡의 미켈란젤로 가곡, '북치는 병사'등 17곡
   녹음 ; 1973년 5월, 빈, 소피엔잘

   그의 무대 활동의 말기인 70년대 초의 녹음이다. 상당수를 전에 녹음했던 음반들에서 들을 수 있어서, 그의 목소리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알 수 있다.
   볼프의 '북치는 병사'를 EMI의 녹음과 비교하면, 녹음 연도가 거의 20년 넘게 차가 나는데도 그의 목소리에 아주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아, 호터가 목소리를 매우 잘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곡 끝의 지속음에서는 약간 흔들리는 느낌도 있지만,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다. 이 경향은 '3곡의 미켈란젤로 가곡'등 다른 곡에서도 비슷하다. 슈베르트의 '지옥의 영혼들(Gruppe aus dem Tartarus)'은(역시 EMI CDH 5 65196 2의 1949년 녹음과 비교할 수 있다) 매우 극적인 표현이며, 소박한 '알린데(Alinde)'의 가창도 매력적이다. 심각한 문제는 없지만, '백조의 노래'중 4곡 발췌는 아무래도 전곡반이 더 낫다. R.슈트라우스의 'All'mein Gedanken, mein Herz und mein Sinn'과 'Nachtgang'의 음색을 비교해 보면 - 전자는 조금 연출이 지나친 감이 있지만 - 아직도 다양한 목소리를 구사할 수 있는 여유가 호터에게 남아 있음이 확실하다.
   전체적으로 목소리의 매력은 전의 음반들보다 약간 줄었지만, 곡 전체와 해석의 인상에는 거의 해를 주지 않았으며, 자신의 목소리의 변화에 맞추어 무리하지 않고 절제한 표현으로, 60세가 넘은 나이를 감안하면 매우 훌륭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녹음이 당연히 훌륭한 점을 감안한다면 EMI의 모노랄 녹음들과 거의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음반이다.

ps. 이 녹음은 최근 DG 본사의 호터 Original masters 시리즈 중 하나로 발매되었다. 2007년 현재는 폐반이지만.